토요일 새벽, 기사 마감을 기다리다 지쳐 홍보관에 있는 여학생 휴게실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통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 무리는 사람이 자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첫차 시간에 대해 떠들어대며 휴게실 안에 누웠다. 그들을 무시하고 계속 자려다 그들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여학생 휴게실에서 쫓기듯 나오고 말았다. 목소리로 보아 최소한 두어 명 이상의 남학생이 그 안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홍보관 여학생 휴게실 안에서 남학생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가을에도 기사 마감을 기다리던 새벽에 여학생 휴게실에 갔다가 환하게 켜진 불 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커플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커플은 깜짝 놀라며 “죄송해요, 나갈게요”라고 연방 이야기하면서 황급히 짐을 챙겨 나갔다. 이번 새벽에 마주친 사람들에 비하면 차라리 귀여운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여학생 휴게실은 엄연히 남학생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키오스크까지 마련된 독립된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남학생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일뿐더러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남학생을 여학생 휴게실에 들어오게 하는 여학생도 문제다. 물론 그 커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새벽에 마주친 사람들은 ‘사람이 있지만 자고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여학생 휴게실에 다른 누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들이 여학생 휴게실에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이 아니다. 더욱이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성차에 따라 분명히 독립된 공간으로 마련된 것이 여학생 휴게실이다. 내가 일어나 나오는 것을 보고도 일말의 배려도 없이 대화를 계속했던 그들의 모습에서 저절로 ‘안드로메다에 쌓이는 개념’을 소재로 한 만화가 떠올랐다.

급하게 나오느라 놓고 온 담요를 가져오기 위해 여학생 휴게실로 다시 찾아갔다. 새벽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의 남학생 휴게실은 문이 활짝 열린 채 텅 빈 방 안을 환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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