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설립 이후, 본교는 복잡다단한 근·현대를 거치며 민족의 운명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역할의 변화를 모색해왔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열망으로 설립된 최초의 근대적 고등교육기관이라는 태생적 소명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본교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지난 100여 년간 어떻게 민족사와 상호작용을 해왔을까. 본교가 추구한 인재상은 무엇인지 시대 순으로 되돌아 봤다.

해방이전 - 국권회복을 위한 민족의 인재
보성전문학교(보전)의 설립자 이용익 선생은 교육구국(敎育救國)의 이념아래 근대적 국가 운영에 필요한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했다. 개교 후 당초의 학부 편제는 정부 조직 체계를 반영해 법학, 이재학, 농학, 상학, 공학 5개로 구성하려했다. 하지만 당시 전문 교육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가 얕아 법학과 이재학만 정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인촌 김성수
김성수 선생은 이용익 선생의 타계 후 자금난에 허덕이던 보전을 인수했다. 김성수 선생은 유능한 인재가 민족의 최대 자본이라는 확신 속에서 가산을 쏟아 위태롭던 보전을 일으켰다. 그가 추구한 보전의 인재상은 ‘자민족의 운명을 거머쥘 유능한 인재’였다. 이를 위해 당시 일제의 관립학교로 운영되던 경성제대를 능가하는 교육환경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안암동 이전과 석조 교사 신축은 교육에서 일제에 예속되거나 자부심 면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교육 자립의 정신에서 비롯됐다.


50·60년대 - 사색하는 고대인
해방 직후 보전은 고려대학교로 승격한 뒤, 새로운 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도 좌·우 대립이 끊이지 않았으며 곧이어 일어난 6.25 전쟁에는 현상윤 총장(1대)이 납북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휴전 이후 유진오 총장(2·3·4대)은 미국과 유럽의 명문대학들을 시찰했다. 귀국 후 그는 본교가 나아갈 방향으로 ‘아카데미즘’을 강조했다. 유 총장은 이제 ‘행동하는 고대인’에서 ‘사색하는 고대인’이 되길 바란다며, 과거 보전의 건학이념과 전통을 정신적으로 계승하되 진리 탐구에 보다 무게를 두는 새로운 학풍을 조성했다.

또 유 총장은 1955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자유·정의·진리’를 교시로 정했다. 이는 민족사학으로서의 민족성에 대학 휴머니즘의 보편성을 결합시킨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진리 탐구에 매진하면서도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4.18 의거를 일으키는 등 자유와 정의의 민족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70년대 - 지성과 야성을 겸비하라
김상협 총장(6·8대)은 취임 직후 해방 이전의 ‘와일드 고대’ 기풍을 상기시키며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전인적 고대인상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새 시대의 지도자 상을 “치밀한 지성과 아울러 대담한 야성을 한 몸에 지니면서도 능히 그 조화를 이뤄 낼 수 있는 높은 차원의 전인적 인간”이라고 말하면서 미래 사회의 합리주의적 지성과 본교의 오랜 전통적 야성을 결합했다.



80·90년대 - 개방 고대와 자강적 고대인
김준엽 총장(9대)은 본교의 시선을 조금씩 세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수출량이 대폭 증가한 사회상에 맞춰 세계 경쟁에 나서는 강인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김 총장은 세계 일류대학과의 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학술교류협정, 교환학생협약의 꾸준한 체결은 이후 ‘세계 고대’를 추진하기 위한 초석이 됐다. 이준범 총장(10·11대)은 이를 발전시켜 개교 100주년 기념의 해인 2005년을 목표로 민족사학 명문으로서 세계의 일류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대단위 계획을 세웠다. 한편, 홍일식 총장(13대)은 세계의 고대인상을 강조하면서도 ‘바른 교육 큰 사람 만들기’ 운동을 통해 지성의 침체를 쇄신하고 민족의 근본을 되짚어 봤다.

2000년대 - 민족을 넘어 Global KU
21세기 첫 총장인 김정배 총장(14대)은 취임 이후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출범시켰고 연구업적과 교수업적의 평가기준을 강화했다. 어윤대 총장(15대)은 영어 강의를 30%까지 늘이고 외국인 교수를 3배 증원하는 등 세계 고대의 계획을 본격적으로 구현했다. 또한 2005년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본교의 학생이 세계 명문대의 학생들과 동일선상에 섰음을 강조했다. 이기수(17대) 총장은 Global frontier라는 표어로 본교가 이제 민족 고대를 넘어 국제화에 걸맞는 세계적 지도자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천명했다.


2012년 - 고대정신의 재확립
김병철 총장(18대)은 ‘고대정신’의 재확립을 다짐하고 있다. 김 총장은 본교의 목표를 사랑 받는 대학, 신뢰 받는 대학, 인정받는 대학으로 잡고 목표달성을 위해 ‘고대정신’으로 회귀할 것을 강조했다. “자유, 정의, 진리라는 고대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교우는 개인의 욕심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이익을 우선한다”며 “고대정신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책임감과 두터운 신망이야말로 본교의 독보적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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