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대학생에게 묻는다'
노동이란 단어는 대학생들에게 얼마나 익숙한가. 노동운동을 이끄는 노조는 과거보다 커졌지만, 학생들이 인식하는 노동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제 122주년 세계 근로자의 날을 맞아 노동과 우리와의 거리를 다시재보면서, 노동이 대학생에게 던지는 물음을 들어보았다.

소위 ‘화이트칼라’를 꿈꾸는 대부분의 대학생에게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충돌은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동문제는 더 이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 됐다. 현대 사회에서의 노동 문제를, 특히 사무직 노동자 중심으로 살펴봤다.

사라지는 노동 계층의 분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는 기계가 작동하는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생산라인에 참여하는 ‘블루칼라’, 이들과 자본가의 사이에서 공장과 노동자를 관리하는 ‘화이트칼라’로 분류됐다. 관리직 혹은 사무직 노동자들은 생산직 노동자들에 비해 더 나은 노동환경을 누리고 고소득을 올리는 절대 소수였고 승진의 기회와 노동자로서의 지위 안정성이 보장되는 계층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사무직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금융 산업, 지식 산업 등이 탄생했고 그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초기엔 고차원의 정신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노동자의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기업은 자연스럽게 ‘평생직장’이나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 30년 전에는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이 점차 증가해 현재는 80%에 달한다.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에 맞물려 기업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생산성의 효율을 증진하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정리해고를 통한 업무 효율성을 이끌어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전소성 교육선전실장은 “현 시대에는 사무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그들이 처한 근무환경이 생산직 노동자에 비해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이트칼라의 블루칼라화(化)
현대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감내해야할 악조건은 점차 심화됐다. 과거 블루칼라에 국한됐던 높은 업무 강도와 장시간의 노동 문제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금융회사에 입사한 김모 씨는 “인턴사원으로 근무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수시로 분위기를 살피고 동료들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위해 노력했다”며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주말까지 출근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직에 대한 불안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업무시간 외에도 주말이나 야간을 가리지 않고 근무해야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때를 가리지 않는 업무 과부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영희(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화이트칼라 노동조합론>에서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자들이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소지하게 돼 여가시간과 업무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노동자에게 주어진 복리 후생 혜택은 축소되고 있다. 2010년에는 금호타이어와 KBS, 2011년에는 정부가 나서 공무원이 사용할 수 있는 유급 휴가를 감축했다. KT와 외환은행 등의 기업은 일정 사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할당해 이들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복지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개선의 실마리
그러나 이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전통적으로 성실한 근무 태도를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계량화하기 어려운 화이트칼라의 생산성 때문이다. 전 실장은 “공장 같은 현장에서는 근무 시간이나 결과물이 수치로 나타나지만 사무직 노동자의 업무 결과물은 기여도나 완성도를 단정 짓기 어렵다”며 “기업에 충성하고 개인적인 여유를 포기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미덕으로 받아들여져 노동자도 스스로 노동 운동에 참여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직능별․산업별로 발전한 서구의 노동조합 체제와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별로 노동조합이 주류를 이뤄 기업이 해체되면 노동자로서의 신분도 사라지는 것도 노동운동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전소성 실장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산업별로 연계한 노동조합과 노동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노동 환경을 되돌아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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