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두 배로 벌어졌고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가까이로 높아졌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복지에 관한 여야의 정책이 쏟아지고 노동계 인사도 15명이 당선됐다. 지난 달 27일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이내영 교수)는 ‘한국 복지국가의 정치경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권순미 고용노동연구원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적 배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비정규직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봤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시장 유연화 시대가 도래했다. 고용 조건과 고용 형태의 탈규제를 요구하는 자본의 압력과 이에 부응하는 개별 국가의 노동시장 정책이 결합된 산물이다. 고용 보호에 대한 규제완화는 파트타임 고용, 파견직, 계약직 등 비정규직 증가를 촉진했다. 이에 고용형태의 차이가 사회적 차별로 고착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과 보호체계 구축이 문제로 떠올랐다. 권 교수는 “사회적 보호체계는 평등한 시민권과 사회통합을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주의의 성숙도와도 비례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특히 국내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가 비정규직 사회복지 배제 문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 선택이든 비정규직이 되는 순간, 이들 상당수는 ‘사회적 시민권(최소한의 경제적 복지와 사회적 유산을 충분히 공유할 권리, 그리고 사회의 전반적인 기준에 따라서 문명화된 삶을 살 수 있는 권리)’에서 배제된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 지난달 27일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정치경제’ 학술포럼이 열렸다. 사진 | 김슬기 기자 kimsg@

사회복지 배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회복지 배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주로 구조주의적 관점과 사회 복지배제요인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눠진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는 대표적으로 세계화론과 자본주의 체제론을 들 수 있다. 세계화론은 세계화가 가속화 되며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점차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의 양극화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체제론 관점에서 보면 비정규 노동자 사회복지 배제는 제도적 결함보다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제도 형성과 정책결정에 정치적 지배구조나 지배적 가치관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비정규 노동자는 각 요소에서 주도세력이 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를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사회복지 배제 요인의 다양성 연구는 개인의 인적 속성 같은 사회적 특성과 정치·제도의 역할을 다룬다. 6차년도 한국노동자패널조사에 따르면 노동시장 공급자인 임금노동자 개인의 인적 속성(성, 연령, 학력, 혼인 상태 등)과 수요자인 기업의 특성(업종, 기업 규모, 노동조합 유무)이 사회복지 배제와 상관성이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정치와 제도의 역할을 다루는 연구는 복지를 원하는 집단이 잘 조직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가져야만 복지국가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숙련 노동력과 잉여 노동력이 대규모로 존재하는 저개발국가에서는 노동자의 집단행동이 효과적으로 조직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저개발국에서는 복지 지출이 더욱 감소한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의 조직 노동은 복지 지출 삭감에 성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복지국가 해체를 저지할 수 있다.


국내 노동 현황
통계청은 지난해 8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전체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이라고 발표했다.(비정규직 865만명, 정규직 886만 명) OECD 국가들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시간제근로인 것에 비해 한국은 비정규직의 97.6%가 임시근로자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다른 국가들보다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권 교수는 국내 노동 시장 특징 중 하나로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대한 보완형이 아니라 주로 대체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IMF 관리체제 하에서 정부는 대량해고와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했다. 1998년 10월의 조사결과를 보면, 고용조정 실시 과정에서 기업이 가장 우선순위를 둔 것은 인원 수 조정이 40.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임금조정(36.5%), 근로시간 조정(15.5%) 순이었다. 또한 하청업체가 늘어나는 하도급 구조가 형성돼 소위 ‘괜찮은 일자리’의 감소를 가져왔다. 실제로 1993~2003년 사이에 5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는 210.5만 개에서 127만 개로 줄어든 반면 29인 미만 영세기업의 일자리는 584만 개에서 816만 개로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중위 소득권의 정규직 일자리는 대폭 감소했지만 주로 취약 노동계층을 구성하는 하위 소득의 비정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비정규직 사회적 배제의 정치적·제도적 메커니즘
국내에서 비정규직 상당수가 사회복지에서 배제되고 있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비스마르크형 복지제도를 문제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공적 복지제도인 사회보험은 안정된 고용관계와 기여금 납부가 수급권의 전제조건이다. 그렇기에 고용기간이 짧고 불명확하며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은 가입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혹은 기여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낮은 임금수준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대비보다 현재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데 주력하게 한다. 이는 질병, 노령, 실업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한 노출과 사용자의 보험료 분담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업별 노조체계가 비정규직 배제를 특징으로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11년 8월 기준 한국의 전체 조합원(191만 명) 중 비정규직 비율은 7.8%에 불과하다. 권 교수는 기업별 노조체계가 영세 사업장 비정규직을 배제한 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정규직이 선호하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임금인상, 기업복지와 같은 대기업노조가 선호하는 복지제도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미가입

직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미가입

직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의료수급권자

직장가입피부양자

미가입

가입

비대상

임금노동자

28.3

65.0

6.7

2.7

67.0

17.3

1.1

11.9

33.9

58.6

7.5

정규직

1.4

98.0

0.6

0.0

98.7

0.9

0.1

0.3

2.6

83.0

14.4

비정규직

54.8

32.4

12.8

5.3

35.8

33.5

2.1

23.4

64.8

34.5

0.7

출처 : 김유선(2011, 70)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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