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슈만은 독일의 여류 피아니스트입니다. 어려서부터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라는 명성을 얻었고, 실력 또한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와 비견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 클라라 슈만은 훌륭한 음악가보다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은 여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천재적인 음악가 슈만과 그런 슈만의 격찬을 받은 브람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이끌었던 두 거장이 한 여인을 사랑하였다고 하니 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혹적입니다. 

슈만과 클라라의 이야기는 슈만이 당시 뛰어난 피아노 교사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였던 비크의 문하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음악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그들은 꾸준한 음악적 교류를 통해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너무도 견고했던 그들은 클라라 아버지의 강경한 반대에도 굴하지 않았고, 결국 법적 투쟁까지 하며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 전 날, 슈만은 사랑하는 신부 클라라에게 ‘미르테의 꽃’이라는 곡을 바쳤는데 오랜 역경을 딛고 사랑의 결실을 맺은 그의 기쁨과 설렘이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결혼 후 음악가로서 절정기를 맞이한 슈만 부부는 어느 날 무명의 앳된 20살 청년 브람스와 숙명적인 인연을 맺게 됩니다. 브람스의 음악에 감명 받은 슈만 부부는 브람스를 그들의 집에서 생활하게 하며 후원하였습니다. 슈만의 제자가 된 브람스, 하지만 점차 그는 자신보다 14살이나 많은 클라라를 여인으로서 흠모하게 됩니다. 존경하는 스승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죄스럽고 혼란스러웠을까요? 브람스는 슈만이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클라라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뒷바라지에 온 힘을 다 했지만, 클라라를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사랑하며 살아왔어요. 그러나 이제 나는 산송장이에요.” 클라라가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쓴 편지 중 일부에서 볼 수 있듯이 슈만에 대한 클라라의 사랑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던 브람스는 그 절절한 마음을 담아 피아노 4중주 3번을 작곡하게 되었고, 이 곡은 실제로 “베르테르 4중주”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클라라는 브람스가 우울한 어두움과 허무함이 짙게 배어있는 곡을 작곡했던 이유, 평생 독신으로 남았던 이유였던 것입니다.

송해리(사범대 영교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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