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 버스를 타야할 때 한 정류장에 오는 버스가 녹색, 파랑색, 주황색의 수많은 번호들이 나타나면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럴 땐 한참이나 노선도를 살피며 탈 버스를 찾는다. “어느 쪽으로 가? 거긴 이거 타구 이렇게 이렇게 가면 돼” 묻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단박에 상황을 해결해주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면 옆에 버스를 기다리던 아줌마 한 분이 서있다.

이런 상황이 버스정류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트나 길거리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새 옆에 있던 아줌마가 사근하게 다가와 정답을 알려준다. 아줌마들은 남에게 말도 참 쉽게 걸고 아들, 딸 같은 자식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아줌마들의 이런 오지랖은 아줌마들끼리 모이면 마구 증가해 배가 된다. 모든 세상일에 간섭하며 쉬지 않고 수다를 떤다. 오랜 친구처럼 요란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아줌마들은 알고 보면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아줌마들의 즐거운 오지랖. 하지만 이런 오지랖이 가정에서의 외로움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신문 기사에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자식들이 커갈수록 마음을 터놓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우리 어머니들. 말 한마디로 친구를 만들어 버릴 만큼 참 외롭다는 얘기다.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부모에게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성장하지만 부모는 늙는다는 말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 온다.

어버이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할 최고의 방법이 뭘까 라는 생각 끝에 손 편지를 쓰자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부모님께 손 편지를 써드렸던 기억이 흐릿하다. 같이한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함께한 기억은 점점 줄어드는 건 모두 자식들 탓이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자식들에게 항상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우리 부모님이다. 아직도 부모에게 받기만 하는 처지지만 내일은 꼭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심을 꺼내어 보여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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