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법무부는 성별, 인종 등 20개 항목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안 입법 공고안을 게재했다. 그 중 성적 취향 조항은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과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쟁점화 되는 등 사회적인 논쟁을 일으켰다. 결국 한달 여 뒤, 정부는 성적 취향 및 7개 항목을 삭제한 차별금지법안 수정본을 정식으로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제정되지 않았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동성 간 혼인을 비롯해 성적 취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번번이 무산
첫 움직임은 2008년이었다. 당시 노회찬 국회의원을 비롯한 10여명의 국회의원이 성적 취향,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최초로 정식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그 해 국회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12월 권영길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성별, 장애와 함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금지 법안이 다시 제안됐으나 아직 국회에서 논의된 바 없다. 현재로선 2001년 마련된 국가인권위원회법만이 유일하게 ‘성적 지향이 평등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해 동성애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허남결(동국대 사회윤리학과) 교수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라며 “하지만 대중이 아직까지 동성애에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혼인에 대한 논의는 미비
동성 간의 혼인 같은 경우 이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2011년, 결혼 이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 모씨가 법적 성별 전환을 요구한 재판에서 대법원은 성별이 전환될 시 그의 부부는 동성(同性) 혼인 관계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으로만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한 혼인 신고서 역시 남성과 여성을 기재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동성애자들은 ‘위장결혼’을 하지 않는 이상 이성(異性) 부부에게는 당연한 부동산 공동명의나 한 가족으로 통합된 의료보험 등의 감세 혜택, 입양 등이 불가능하다. 동성애자 김 모씨는 “차별금지법도 반대하는 사회 속에서 동성 혼인은 먼 이야기다”라며 “개인의 기본적인 행복을 느낄 기회를 사회적 차원 담론으로 무조건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2011년 7월 동성결혼이 허용된 뉴욕주에서 필리스 시데겔(76세·여)과 코니 코페로브(84세·여)가 뉴욕주민 최초로 혼인신고를 하고 서로 껴안고있다. 사진출처 | STAN HONDA

세계적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6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이외에도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국의 6개 주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네팔, 이스라엘 등의 국가는 동성 결혼을 사회적으로는 허용하되 법적인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덴마크, 스위스 등은 동성애동반자 등록자제도, 시민 결합 제도를 채택해 동성애 동반자 관계를 법적인 혼인 관계와 유사하게 보호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수단 등의 이슬람권 국가는 동성애자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등 동성애를 중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가시적인 변화의 시작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비교적 늦게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은 사회적 고립, 자존감 상실, 자기혐오와 물리적 안전에 대한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0년 발행된 한국아동복지학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동성애자 2명 중 1명은 자살 시도를 감행했고 전체의 70%가 자살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교육청이 수많은 논란 속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 가운데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을 단서로 정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성정숙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논문 <동성애자인권활동가의  청소년기  경험과  탄력성에 관한  질적  연구>에서 ‘청소년 동성애자를 위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와 이들과의 실천에서 필요한 지식과 태도, 신념과 가치, 원칙과 기술, 제도와 자원 등에 관한 교육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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