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치여, 취업 준비에 치여 대학에 와서는 얄팍한 관계만을 갖기 십상이다.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10년 후 기억에 남을 인연이 몇이나 있을까. 중앙동아리 합창부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합창부는 40여 년 전 합창부 단원이었던 김세종(화공생명공학과 74학번) 씨가 지도를 맡고 있다. 대학생 시절 합창부였던 그는 합창에 남다른 재미를 느꼈고 이에 대학원을 진학, 결국 음악 교사가 됐다. 동아리를 본래 담당하던 합창부 선생님이 있었지만 졸업 후 가끔 후배를 가르치며 도와주던 것이 인연이 돼 현재 합창부를 담당하게 됐다. 후배들을 지도한지 내년이면 30년을 채운다.

“나도 불어가 서툴지만 천천히 잘 해봅시다” 새롭게 연습하는 노래를 후배들과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떼듯이 배워나갔다. ‘동행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는 그는 사랑하는 후배들과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감한다고 한다. 연습 중에 잘 안 되는 부분이 나오면 모두 큰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하면 그만이란다. “곡이 어렵더라도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는게 중요하죠” 못한다고 해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그는 선생님이기 전에, 학교 선배이고, 동아리 선배이기에 서로 벽을 허무는 게 훨씬 쉬웠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을 보고 놀라는 신입부원도 있지만, 그것도 처음일 뿐이다. 처음 연습하는 노래가 서툴고 어색해도 나중엔 잊지 못하는 애창곡이 되듯 선생님도 합창부원들의 가슴 속에 영원토록 남는다. 박수연(문과대 불문09) 씨는 “선배님이라는 생각에 더 편하고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세종(화공생명공학과 74학번) 씨. 사진│손유정 기자 fluff@

오후 8시 반. 연습이 끝나자  홍성민(경영대 경영11) 합창부 단장이 카네이션 바구니를 선생님께 건네고 모두 미리 준비한 ‘스승의 은혜’ 악보를 꺼냈다. 학생들이 준비한 스승의 날 깜짝 파티였다. “얘네들이 매년 이러는 건 아닌데”라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화음을 잘 지켜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30년이라는 시간동안 합창부는 그에게 잊지 못할 수백 명의 인연을 선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누구냐는 우문(愚問)에 “한 명만 말하면 나머지는 삐칠 텐데” 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합창부원들은 1절로는 모자라 2절까지의 ‘스승의 은혜’를 보답했다.

“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간들 언제있든 잊사오리까”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대학교에서 보는 선배와 후배 간, 스승과 제자 간의 정(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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