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은 대학교육의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 기여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 졸업생의 42%는 과잉 인력이며 이들이 고교 졸업 후 취업한다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이 대학구조조정에 힘을 불어넣어 줄까.

비리와 횡령, 부실경영 대학의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올해 퇴출 후보 몇 개 대학의 불이 꺼졌다. 초등학생 때 겪었던 IMF 이후 구조조정이란 단어는 참 오랜만이다. 대학이 문을 닫고 약속했던 장학금 혜택이 사라지면서 다시 대학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학생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폐교생의 편입학. 소위 3류 대학에 진학했지만 빛나는 미래를 꿈꿨던 학생들의 좌절. 근처 대학으로의 편입을 포기한 폐교 대학생. 그들은 IMF시기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던 그네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 건 단지 같은 대학생이라서만은 아니다.

교과부는 향후 10년간의 대학 구조조정이 혹독할 것이고, 일률적 지원이 아닌 변화나 특성화에 집중하는 곳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대학? 그게 무슨 대학이냐. 멀쩡한 명문대학을 다니는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하지만 비리·횡령·부실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대학이 아닌 학생들에게 달아주는 건 너무하지 않나. 대학에 꼭 가야만 한다는 통념과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대학은 대학생이 만든 게 아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은 왠지 곧 올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 안가도 되는 세상’은 여전히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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