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명이 모인 입실렌티 무대. 일곱 커플이 무대로 나와 눈을 가리고 커플 퀴즈를 진행하는 동안, 스크린에는 이제부터 고백을 하겠다는 한 남자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무대에 올라와있던 커플들이 하나 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머뭇거리는 그녀를 향해 그는 어느새 자켓을 걸쳐 입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그녀에게 꽃을 건네며 고백하자 그녀는 수줍게 그의 꽃을 받아주었다.


올해 스물두 살 동갑내기 커플은 KUBA에서 처음 만났다. 승헌 씨는 미즈호 씨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사랑하는 그녀에게 자신의 확신을 보여주고 싶어서 용기를 내 입실렌티 무대 위에서 고백을 하게 됐다는 승헌 씨. 그리고 쑥스러웠지만 그가 좋았기에 그의 마음을 바로 받아줬다는 그녀, 미즈호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이 어떻게 처음 만나게됐나
한승헌 | 여자친구에게 첫 눈에 반했어요. 여자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일본 친구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여자친구가 있던 모임에 끼워달라고 부탁했죠. 모임에 들어간 첫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엔 고백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하루 종일 혼자 고민을 한 끝에, 다음날 여자친구를 중앙광장으로 불러냈어요. 여자친구를 보자마자 말을 마구 쏟아내며 좋아한다고 했어요.

미즈호 | 그땐 전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알게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인데 좋아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남자친구가 평소 여러 사람들이랑 다 친하게 지내서 저한테도 그렇게 호의를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땐 확신이 들지 않아 확답을 하지 않았어요.

-입실렌티에서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한승헌 | 여자친구에게 확신을 주고 싶었어요. 해도 뜨기 전인 아침에 후다닥 고백을 한 게 신경이 쓰였었어요. 제 감정은 너무 진지했는데,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입실렌티라는 큰 무대에서 차곡차곡 준비해서 제 마음을 보여주면 확신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 사진 | 공혜린 기자 heyrrin@

-멋있는 무대를 꾸며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준비과정은 어땠나
한승헌 | 입실렌티 한 달 전부터 준비했어요. KUDT분들이 춤을 도와주고, 응원단과도 계속 만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준비를 했죠. 2007년 입실렌티에서 비슷한 이벤트를 했었는데, 처참히 실패하고 그 분은 곧바로 군대를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꼭 고백에 성공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갑자기 고백을 받아 당황했을 것 같다. 무대에서 기분은 어땠나
미즈호 | 처음에는 갑자기 다들 똑같은 춤을 추길래, 한국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는 건줄 알았어요.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해 있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자켓을 걸치고 함께 춤을 추더라고요. 그때 눈치를 챘어요. 남자친구가 꽃을 건넬 때까지도 약간 얼떨떨한 상태였어요. 무대에선 눈물도 나고, 정신도 없고. 꽃을 받고 같이 내려오는데 주위에서 다들 축하한다고 소리쳐 주시더라구요. 그때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죠.

-입실렌티 무대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미즈호 |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고 축하한다고, 부럽다고 말해줘요. 특히 여자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그럴 때 마다 쑥스럽긴 해도 기분이 좋아요.

한승헌 | 저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다녀서 잘 못 알아보시더라구요. 친한 친구들은 제가 고대 남자를 다 적으로 만들었다고 하기도 해요(웃음). 주변에서 생각보다 더 좋게 봐주셔서 고맙고 감사해요.

-미즈호 씨가 다음 학기에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한승헌 | 그때는 제가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입니다. 서로의 부모님께서도 저희 사이를 다 알고 계세요. 주변에선 외국인과 사귄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저는 여자친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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