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대 수업시간에는 ‘교수님’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연배의 학생이 강단이 아닌 교탁 앞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0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이철용(이과대 지구환경70) 씨는 3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젊은 기를 받으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요”라고 말하는 이철용 씨를 만났다.

▲ 사진 | 손유정 기자 fluff@

이철용 씨는 26살 군 제대 후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학교를 떠나야 했다. 당시는 휴직제도가 없어 복학을 위해선 공무원시험 합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의 꿈은 자연과학자였지만 당시는 금전적인 안정이 필요했다. “경제적인 바탕을 세우고 자연과학자가 되어 과학에 대한 열정을 쏟고 싶었어요. 학교를 떠날 땐 직장을 어느 정도 다닌 후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사회에 나간 후 이 결심을 지키긴 쉽지 않았다. 관공서에 다닌 지 20년 정도 되자 학문에 대한 마음이 식기도 했다. 국세청 서기관으로 일한지 정확히 35년 3개월, 퇴직할 때가 다가오니 열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가족들 역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지구환경과학과에 대한 그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물리와 화학, 수학 모두가 어우러진 학문이 지구환경과학과의 매력이에요. 지구환경과학과는 순수학문보다는 공학 쪽에 가깝지요. 환경과 과학 모두가 어우러진 응용학문입니다”이철용 씨가 신입생이던 1970년대에서 40년이 지난 2012년은 놀라울 정도의 변화가 있다. “이공계는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수진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새롭네요” 예전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다. 학생들끼리 교류하면서 공부하던 1970년대와 달리 혼자 공부하는 방식이 늘어났다. 철용 씨는 학생들의 공부방식과 활동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1970년대엔 축제가 있는 5월 한 달 내내 학교에 축제의 물결이 흘렀죠. 지금은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요. 동아리 수도 많이 줄고 단체보다 개개인이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이 많더라구요”

그는 낮에는 학생 밤에는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렇게 두 가지 일정을 소화하는 바탕엔 체력이 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백두대간·한라산을 종주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자랑한다. 마라톤을 좋아해 1970년 4·18 마라톤에서 2등을 차지했었고 지금까지도 마라톤 연습을 이어왔다. 수영과 스케이트, 스노보드까지 배울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젊게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주위에서 많이들 부러워하죠. 스스로도 제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1년 반 후면 그는 드디어 대학 졸업장을 갖는다.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을 것이다. “졸업한 후에도 지구환경과학과와 후배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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