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커피를 사먹는 것이 버릇이 됐다. 굳이 각성효과를 바라지 않더라도 다른 음료보다 만만하게 여겨지는 것이 커피다. 특히 아메리카노는 맛이 부담스럽지 않고 가격도 비교적 싸서 하루에 두잔씩 마실 때도 있다.  
최근 통합진보당에서는 이 아메리카노를 두고 말썽이 일었다. 문제는 유시민, 심상정 의원을 향한 백승우 전사무부총장의 비난에서 시작했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 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비난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노와 반민중이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하고 커피를 ‘미제의 똥물’이라고 부르던 운동권 시절의 경직된 사고를 꼬집기도 했다.

본래 커피는 이슬람 세계의 수도자 사이에서 향유되던 음료다. 에스프레소, 비엔나 커피 등 커피의 고향처럼 여겨지는 유럽에 커피가 전파된 것은 십자군 전쟁 이후다. 최초 ‘이교도의 음료’, ‘사탄의 음료’라고 불리며 배격된 커피는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차츰 인기가 높아졌다. 그러다 교황 클레멘스 8세가 1605년경 커피에 ‘세례’를 내린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가 ‘된장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겨우 음료수 따위에 저런 비싼 돈을 주다니”라는 것이 그들의 비난이었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하고 때때로 덩달아 비난한 기억이 난다. 희한한 것은 그 몇천원짜리 음료수를 매일같이 마시는 지금에서 당시를 되돌아봐도 그 생각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후회되는 것은 섣불리 다른 이들을 매도하고 비난한 나의 경솔함이다.

이번 ‘아메리카노 논쟁’은 확실히 웃음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백씨에게 동정이 간다. 그는 아마 나와 달리 오랫동안 어떤 일관된 신념 아래 커피에 대한 태도를 지켜온 듯 하다. ‘운동의 순수함’을 위해 오늘날까지 고집스럽게 ‘미제의 똥물’을 거부한 그의 일관성과 엄격한 태도에 순수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신념이 타인을 향해 비난으로 표출되자 한낱 시대착오적인 것, 헛웃음 거리가 됐다. 그의 엄격한 신념 한편에 타인을 위한 ‘세례’의 여유가 없는게 안타깝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