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가명, 인문대 영문11) 씨는 인터넷 스포츠 도박, 이른바 ‘사설 토토’를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접했다. 한 번에 10여 만 원을 투자하다보니 모자란 도박 자금을 위해 친구에게 거짓말로 돈을 빌린 적도 있다. 재미로 시작한 사설 토토에 드는 시간과 돈이 점점 늘어났다. 종윤 씨는 처음에 17만원을 딴 후 욕심이 커졌다. 그는 “그땐 ‘차도 살 수 있겠구나’란 꿈을 꿨다”고 말했다.
▲ 사설 토토에 빠진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인터넷 도박은 최연지(가명, 인문대 영문12) 씨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연지 씨는 사설 토토에 비교적 적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생활 패턴을 잘 지켰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도박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연지 씨는 “가끔 배팅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을 땐 불안하다”며 “심지어 흑자를 거둔 날에도 금방 돈을 잃을까 짜증이 나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사설 토토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나 점수를 맞추는 합법 도박인 ‘스포츠 토토’를 모방·개조한 불법 인터넷 도박이다. 개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형태를 띠며 사이트 운영과 사이트 회원 가입 모두 불법이다. 베팅방식이 간편하고 사이트 주소만 알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대학생 도박 참여자 수가 많다. 최삼욱(을지대 도박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우수한 인터넷 접근성이 사설 토토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PC와 스마트폰을 자주 접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세대인 대학생이 사설 토토의 주 고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설 토토에 중독된 대학생은 성격, 생활 패턴, 건강 상태에 타격을 입는다. △경기 결과의 과도한 집착 △부채에 대한 불안 △사회성 감소 △불규칙적 생활 반복 등이 원인이다. 사설 토토를 접했단 사실을 남에게 말할 수 없다보니 대학생 중독자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도박 중독 치료자 모임인 한국 단(斷)도박 모임 사무장 김숙자(가명) 씨는 “사설 토토를 끊기 위해선 다른 취미를 나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대학생이 도박 자금을 얻기 위해 또 다른 부정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돈이 부족해지면 카드빚, 은행 대출, 사채까지 쓰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부모 및 가족에겐 털어놓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최삼욱 교수는 “치료했던 학생 중 토토 적중을 위해 해당 경기 연구만 하느라 수업을 아예 안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다”며 “결국 성적도 꼴찌가 됐고 도박 투자금 마련을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느라 거짓말을 일삼는 성격으로 변해 갔다”고 말했다. 간신히 사설 토토에서 빠져나온 종윤 씨는 한 번 접한 사설 토토를 끊은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는 “친구들에겐 아예 시작도 못 하게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사설 토토 확산을 막기 위해선 △충분한 치료 센터 확보 △교육을 통해 사설 토토가 불법이란 인식 심기 △불법 사이트 고발 시스템의 홍보 활성화 △도박으로 인한 문제 발생 시 제공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삼욱 교수는 “영국, 캐나다 등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도박에 관대한 사회지만 도박 관련 대학생의 피해 사례가 적다”며 “치료 센터 구축은 물론 도박 관련 예방 교육, 상담 서비스, 법률적 체계가 잘 갖춰져 사회가 도박에 빠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를 책임져 주는 ‘책임 도박 사회’ 개념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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