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통영 어린이 살인사건, 나주 성폭행 사건 등 최근 국민을 경악케하는 흉악범죄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범죄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행형법체계와 국민 ‘법감정’ 간의 괴리를 근거로 화학적 거세 뿐 아니라 물리적 거세, 사형제까지 정책적 이슈로 거론한다.
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법 제도가 괴리를 일으킬 때마다 국민의 법감정 문제가 대두된다. 2008년 만취상태로 아동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당시, 피의자 조두순에 징역 12년을 구형한 재판부에 대해 국민 법감정을 파악하지 못한 관대한 양형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민의 ‘법감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법감정의 형성 문제
법감정이란 ‘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직관적 가치감정’을 말한다. 즉 정의, 권리, 평등, 의무 등에 대한 개인의 직관적 판단이 법감정의 토대를 이룬다. 법감정은 19세기 후반 독일법학에서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법감정의 형성 문제가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1871년 뤼멜린(Rümelin)은 법감정이 인간의 윤리적 질서본능에서 오는 선험적 감각이며, 실정법은 이를 규범화한 것이라는 ‘생득설’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예링(Jhering)은 1884년, 법감정의 형성이 경험적·역사적 환경 속에서 얻어지는 공동체적 규범이라는 ‘획득설’을 주장했다. 이후 자연법적 입장과 실정법적 입장 속에서 이어진 논쟁은 오늘날 법감정이 선천적 소질과 후천적 환경의 영향 하에 있다는 종합적 입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법감정의 보편화
개인의 법감정은 심리적 성향, 지적 수준 등 타고난 소질의 영향을 받는다. 유년기 가정에서 경험하는 예절과 규범, 처벌은 개인의 심리적·지적 소질에 따라 상이한 인상과 인식으로 내면화한다. 이후, 개인의 법감정이 학교와 같은 동일한 외부 환경과 법경험의 공유 속에서 정서적 공감으로 이어지면 법공동체 내 전형적 법 감정이 등장한다. 전형적 법감정이 무수한 집적을 거쳐 관념이 되고 사회에 전승될 때, ‘사회 구성원 압도적 다수에 의해 승인’된 법감정은 ‘보편적 법감정’이 된다. 보편적 법감정은 인식의 축적에 의한 ‘이성적’ 측면과 즉각적인 심리적 반응에 따른 ‘정서적’ 측면을 모두 함축한다. 
 
법에 반영되는 법감정
보편적 법감정은 특정한 법률문제에 접하게 됐을 때 법체계 속에서 작용한다. 영미법계는 체계적인 법리적 틀을 갖춘 보통법(Common Law)의 완고함을 재판관의 양심과 정의 등의 건전한 법감정을 존중하는 형평법(Equity)으로 보완한다. 국내에선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국민 법감정을 반영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현행법이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있을 때, 법 개정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1년 제정된 장애인·아동 성폭행 처벌에 관한 ‘도가니법’과 이혼 부부 자동 친권 승계를 금지한 ‘최진실법’ 등은 국민 법감정과 여론이 입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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