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법의식"
"범죄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법의식"
  • 박재욱 기자
  • 승인 2012.09.23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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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산하의 양형위원회(위원장=이기수)는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이 반영된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의 실현을 목적으로 2007년 출범했다. 3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형위원회는 국민들의 법감정을 조사해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해 권고 형량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본교 17대 총장을 역임한 이기수 양형위원장을 만나 양형과 최근의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 사진 | 장지혜 기자 bird@

- 양형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가
“양형은 글자 그대로 형(刑)의 양(量)을 정한다는 의미다. 가령 형법 250조는 살인죄의 양형에 대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5년 이상의 징역부터 사형까지는 폭이 너무 넓다. 양형위원회는 형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 양형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재판부에 권고한다. 같은 살인죄라도 정상이 참작이 되는 살인, 성범죄 등 중대 범죄와 결합한 살인, 불특정 다수 살인 등 서너 개의 유형으로 나눠서 적절한 양형 기준을 정한다”

- 국민들의 법감정은 어떻게 파악하나
“양형 기준의 마련에는 법원 판결 자료 조사, 초안(草案)마련, 공청회 및 자문위원회, 유관기관 의견 수렴, 소위원회 등의 절차가 있다. 공청회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법감정을 수렴한다. 성범죄 같은 경우 공청회를 열면 피해자의 가족들이 와서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한다. 공청회에는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기 국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 국회, 로스쿨 등 4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한다”  

- 최근 아동 성범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작년 상영된 영화 ‘도가니’를 기화로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 양형위원회에서도 새로운 기준들을 마련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현행 권고 양형은 살인죄보다 높다. 살인죄가 ‘5년 이상 무기 또는 사형’인데 아동·장애인 성범죄는 ‘7년 이상 무기 또는 사형’이다. 시행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우선 적용된 법원의 판결과 국민의 반응을 보고 다시 검토해볼 계획이다”

- 사형 집행 문제도 거론된다
“이 부분은 국민과 형법전문가의 시각에 격차가 있는 것 같다. 학계와 법조계는 아직 사형집행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사형집행 찬반 논쟁의 주요 논점은 오판의 가능성과 생명권의 문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사형을 집행한지 23년만에 진범이 나타나 무고한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흉악범에 대한 국민들의 법감정이 고조되고 있어서 사형집행가능성도 있겠지만 일단은 윤리, 법리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한다”

- 법감정의 수용에도 적정선이 있을 것 같다
“국민의 법감정과 여론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해 그때그때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졸속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양형의 상향 조정이 능사는 아니다. 7월에 독일 최고법원을 방문했는데 독일은 최고 징역형이 15년이라더라. 사회로부터 15년 격리되면 사회에 적응할 능력이 없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양형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 범죄예방을 위해 양형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최근의 상황을 보면 양형을 상향조정했음에도 아동 성범죄 등 흉악범죄가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적절한 양형이 범죄자를 사회에서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법의식이다. 가령 예전에는 성범죄 피해를 당해도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거나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가니’같은 영화나 언론 보도 등으로 국민들의 법의식이 높아져 신고가 많이 늘었다. 재범을 막기 위해서도 법의식을 신장하는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커 개정된 양형 기준이 있나
“음주폭행,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을 꼽을 수 있다. 양형 기준의 구성 요소로 가중인자와 감형인자가 있는데 그동안 음주 만취 상태는 감형인자로 분류됐다. 술 취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에게 책임성을 따질 수 있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판결은 ‘주폭’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차이가 있다. 술은 마시기 전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때문에 최근 음주 폭행을 가중인자로 개정했다.
대기업 경영자의 횡령, 배임 문제도 지금까지는 국가에 대한 공헌, 기업의 대외 관계를 감형인자로 고려해 집행유예 수준의 양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9년 양형기준 개정으로 이런 감형인자를 배제했다. 얼마 전 법정 구속된 한화 김승연 회장이 개정된 양형 적용의 한 예다“

- 앞으로 양형위원회의 계획은
“2013년이면 3기 양형위원회가 끝난다. 그때까지 78%의 양형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나머지 22%를 제 4기에서 정하면 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양형기준이 모두 정립된다. 그 뒤로는 국민들의 법감정을 지속적으로 수용·반영해 양형기준을 보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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