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감정은 이성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문제다. 선입견, 편견, 선동에 의한 미성숙한 법적 판단은 법감정에 근거한 요구에 신뢰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일부 법학자들은 대중매체의 편향된 보도, 조장된 사회적 불안감이 처벌의 강화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법치주의 의미를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중매체와 불안감
대중매체에 보도되는 범죄는 특정한 종류에 국한된다. 형법상 범죄 가운데 살인, 강간을 비롯한 성범죄 등은 전체 발생 범죄 가운데 3%에 그치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아동성범죄 비율은 2010년 881건, 2011년 816건, 2012년 6월 현재 366건으로 예년과 큰 변화가 없다. 또 범죄자의 특수한 신분, 구체적인 기법 등을 소개하고 성범죄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를 세세하게 소개하면서 일반인들의 분노를 극대화한다. 법학자 먼로(Munro)는 이러한 자극적인 보도 방식이 피의자와 피해자로 이뤄진 범죄의 구조를 한편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게 해 일반인들이 객관적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벌 요구 이면의 심리  
시민들의 공포심과 처벌강화의 요구 사이에 비이성적 심리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벌주는 사회 이론’은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요구 이면의 반사회적 본능을 지적한다. 사람은 누구나 반사회적 본능이 있는데 법에 의해 억눌러져있던 이러한 본능이 범죄자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방향으로 표출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책임의식을 덜어낸다는 이론이다. ‘속죄양 이론’은 사회구성원들이 그들의 문제, 불만족, 분노를 적절한 대상을 속죄양으로 삼아 해소의 통로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특히 심층심리적인 방어 본능이 내면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입법에 미치는 영향
통영어린이 살인사건, 나주 성폭행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잇따른 아동 성범죄로 처벌과 대책의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면서 정치권에선 ‘화학적 거세’ 대상을 모든 성범죄자로 확대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장기적 입법정책 없이 제정되는 특별법은 형법의 사문화와 법체계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성폭력 범죄에 대한 특별법은 200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6차례 개정)’, 2007년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등에 관한 법률(7차례 개정)’ 등 제·개정을 거듭하며 예외, 보충적인 당초 의미를 넘어 기존 형법을 대체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전체 성범죄 가운데 특례법에 의한 범죄 집계가 전체 성범죄의 35%에 이른다.

피의자 권리의 보장 문제
법 원칙의 훼손도 문제가 된다. 근대적 법치국가의 형법은 시민들을 보호해야한다는 보호적 과제와 형법을 통해 행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보장적 과제를 동시에 추구한다. 무죄추정원칙, 책임원칙, 적법절차원칙 등 형사법의 모든 원칙은 피의자를 위한 보장의 원리다. 특히 ‘비례성원칙’은 정책의 효과와 권리 침해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최근 논의되는 불심검문 강화는 범죄예방의 목적과 권리 보장의 목적이 상충하는 예다.
법 경제학의 ‘한계형벌체감효과’는 범죄를 예방하고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자원이 한정돼있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최적상태(Pareto efficiency)에서 형사처벌만으로 시민의 보호를 실현하는 것은 피의자 권리의 기하급수적인 포기를 요구한다. 이주원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최고의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이란 말이 있다. 범죄 문제는 개인적·사회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형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억지하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