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창간기념 현상문예의 시 부문에 투고된 작품은 총 180편이었다. 응모 대상이 전국의 대학생임을 감안하면 많은 수라고 하긴 어려우나 예년에 비하면 늘어난 숫자였다. 삶과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형상화 하려는 시적 노력도 조금은 더 치열해 보였다. 경박한 대중문화의 범람 속에서도 지적인 언어의 꽃을 피워내려는 젊은 대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이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적 열정을 예술적 언어로 완전히 승화시키는 데까진 이르지 못해 시의 완성도가 미흡한 아쉬움도 많았다. 저마다 설명적 보고와 상투적 인식의 허점을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최준영의 작품들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우수작으로 뽑은 「에트르타 절벽의 일몰」은 동명의 모네 그림을 모델로 삼은 작품이다. 시의 제재로 유명 그림을 택한 것이 인상적인데, 특히 그림 선정이 좋았다. 제재 선정도 시의 제작능력에 속하는 것이다. 바다에 세워진 기묘한 바위의 형상을 파도가 매서운 조각칼을 들고 달려들어 새겨놓은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투고자의 단단한 묘사솜씨를 엿볼 수 있으며, 시의 화법도 매우 활달하여 독자들을 휘어잡는 힘을 갖고 있다. 또 투고자는 세속의 인공세계와 자연의 영험한 세계와의 대비를 통해 그림과 차별되는 자기만의 시세계도 구축해 놓고 있다. 같은 이의 또 다른 투고 작 「세상 모든 물고기들이 일제히 뛰어올랐다!」에서도 예리한 묘사와 유려한 화법 구사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어 투고자의 단단한 시적 내공을 엿볼 수 있는데, 간혹 묘사의 과잉이 의미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가작은 엇비슷한 작품들이 많아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는데, 반순웅의 「글레이즈드 도넛」을 마지막에 선택했다. 표현솜씨만 놓고 보면 더 나은 작품들도 있었는데, 구체적인 체험의 제시와 선명한 시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돋보여 이 작품을 가작으로 삼기로 했다. 당선된 이들에게 모두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더 나은 작품으로 또 다른 지면에서 만날 것을 기대한다.

고형진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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