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9일 ┃ BIZ 27
‘예술’은 액자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전시회를 가지 않아도, 강의실 옆 편의점에 파는 우유에서 고전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인 예술 작품이 티셔츠로 만들어져 직접 입을 수도 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는 명화가 프린트 된 우산을 펴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의 정서적인 욕구를 이용한 감성 마케팅의 일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을 사용해 제품의 컨셉이나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한 20~30대 젊은 층의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술과 마케팅의 성공적인 만남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에있는 우유에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사용된다.
동원F&B의 커피우유 제품은 평준화된 커피 우유 시장에서 우유팩에 고전 명화를 삽입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사용해 성공적인 매출을 올린 대표 사례다. 동원F&B마케팅팀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이미 고착된 커피우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유에 다른 가치를 접목시킬 필요가 있었다”며아트 콜라보레이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동원F&B는 명화를 넣는 효과를 극대화시키기위해 제품의 용량까지 바꿨다.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기존의 180ml 용기에 명화를 담자니 비율이 맞지 않아 310ml 용기를 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명화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주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어울리면서도대중적인 작품을 찾는다. 동원F&B는 처음 아트 콜라보레이션 도입 당시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채택했다.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제품에 풍경화를 사용하니 진열했을 때 주목도가 떨어져 지금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표정’이 있는 인물화를 위주로 선정하고, 흥미를 돋기 위해 그림에 대한 짤막한 설명도 함께 추가한다”고 말한다. 현재 이 제품은 처음 시장에 진출한 2007년도 매출의 40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기업이 직접 미술전시회와 연계해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의류 브랜드 ‘써스데이 아일랜드’는 2011년 ‘오르세 미술관전’과 합작해 티셔츠시리즈를 제작한 것에 이어 올해 ‘루브르 박물관전’에서는 주얼리와 스카프 시리즈를 계획했다. 써스데이 아일랜드 광고홍보팀 정소민 과장은 “전시회에단순 협찬만하는 다른 분야의 기업과는 다르게, 우리가 진행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은전시회에 나온 작품으로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매출과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영향을 미쳤다. 정소민 과장은 “오르세전의티셔츠 시리즈는 ‘완판’이 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브랜드 자체에 대한 관심도 증대돼 전체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예술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뤄진다. 제약회사 종근당은 진통제 제품 디자인에 클림트의 ‘아델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사용했다. 종근당 마케팅팀 강성구 팀장은 “클림트 작품에 녹아 있는 ‘여성’이라는 컨셉이 제품의 주 고객층인 20대 여성과 일치했다”며 “디자인을바꾼 후 매출이 20% 이상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케팅 투자비용은 적은 편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마케팅 효과에 비해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비교적 적다. 예술 작품은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의 공표 후 50년이 경과하면 저작재산권이 소멸해 사용 비용이 적은 경우가 많다.
동원F&B는 커피우유 제품에 저작권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고전명화를 주로 선정해 사용한다.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작품의 저작권 비용이 아니라 이미지 렌탈 업체에 1년 단위로 비용을 지불한다”고 말한다. 써스데이아일랜드는 전시회 주관 업체와 협의해 저작권 사용을 계약했다.
하지만 아트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맛이나 품질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기르기보다 명작의 기존 이미지를 제품에 차용하는 것에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성영신(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 디자인 제작비용과 불확실한 시장의 호응도에 위축돼 대중의 선호도가 이미 입증이 된 명작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기업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덴마크 프리미엄 우유의 경우 독특한 맛을개발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초기엔 우유팩에 쓸명화를 먼저 고른 다음, 그 명화와 어울리는 맛을 선정했다.
하지만 작년 출시한 민트맛 우유의 경우‘맛’을 먼저 선정한 뒤 맛과 어울리는 명화를 찾았다”고 말한다.

20대를 위한 마케팅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20대 소비층의 기호에 주목하며 동시에 마케팅에 예술을 접목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주요 타겟은 20대 소비층이다. 특히 20대여성을 겨냥한다.
김정훈 브랜드매니저는 “20대 소비층은 제품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와 부합한다고 생각될 때 지갑을 연다”고 말한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이를 겨냥한 마케팅 방법이다. 써스데이 아일랜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큰 의의를 둔다. 정소민 과장은 “전시회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주 고객층인 20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타겟층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제약회사 종근당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누렸다.강성구 팀장은 “보수적 이미지였던 제약회사가 제품 디자인 하나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셈”이라고 말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기업에겐 유명 예술가나 작품이 이미 가진 이미지를 제품에 끌어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예술을 일상생활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의 확대이기도 하다.
장선화 기자
seon@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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