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아침이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열이 오르고 땀이 나서 입고 있던 외투를 다 벗고 반팔인 채로 있었다. 어지러워지기까지 해서 결국엔 약수역까지 바닥에 주저앉아왔다. 자느라, 무가지를 보느라, 핸드폰을 보느라, 화장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보였다. 약수역에서 내려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걸어서 화장실에 가 앉았다. 이젠 다리에도 힘이 풀려서 설 수가 없었다. 역무원 호출기. 빨간 역무원 호출기가 보였다. 역무원 두 분이 달려와 부축해서 역무원실에 뉘어주셨고, 곧 119를 불러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휴학을 한 친구가 이상했다. SNS에 자신이 힘든 처지에 있다는 식의 글을 너무나 자주 너무나 쉽게 올렸다. 그 글의 호응이 ‘좋은’ 것은 더 이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횟수를 점점 늘렸다. 그만큼 호응은 더 커지는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오래된 친구가 변해버렸다는 생각에 연락을 했다. 만나보니 그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지 오래였다. 휴학을 한 뒤, 친구를 만나서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눈 건 네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 요새 낙이 뭐냐는 물음에 인턴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캐럴을 듣는 것이란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지하철에 사람은 꽉 차있었다. 더군다나 SNS는 서로 아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도움 아니, ‘괜찮아요?’ 한 마디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손을 내밀었다가 뿌리쳐질 두려움에, 절대로 손해는 보지 않으려는 마음에 선뜻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요샌 주위에 대한 관심까지 비용으로 책정되는 사회인가.‘사회안전망 구축’은 대선 후보들의 정책안에 빠짐없이 들어있다. 불의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 정부의 제도 하에 잘 짜인 체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화장실 칸마다 달린 호출기가 아니라 ‘사람안전망’이다. 날씨가 추워진다. 판에 박힌 크리스마스 인사보다 ‘관심’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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