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손유정 기자 fluff@kunews.ac.kr
고대신문은 창간 65주년을 기념하여 10월 30일 김재호 이사장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고대신문은 김재호 이사장의 취임 이후 법인본부와 조율하여 일정을 준비하던 중, 지난 10월 초에 인터뷰 일정이 확정돼 김재호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주>

고려중앙학원(법인)은 본교생들에게는 조금은 먼 존재이다. 고대생이 일상에서 법인의 존재를 의식할 일이 그다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법인이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렸다. 법인의 투자행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지난 4월 김정배 전 이사장이 임기를 2년 남기고 중도 사임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5월 24일 김재호 이사장이 선임됐다. 10월 30일 인촌기념관 이사장실에서 만난 김재호 이사장에게 법인의 운영 계획과 본교의 발전방향을 들었다.

- 이사장 취임 후 고려대 구성원과 만나는 첫 인터뷰입니다.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대신문 창간 65주년을 맞아 오늘 이렇게 지면을 통해 3만 8000여 학생과 2000여 교직원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척 기쁘고 반갑습니다. 진작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이사장직을 맡은 뒤 법인 전 집행부의 일을 처리하고 법인조직을 재정비하느라 늦었습니다”

-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하셨습니까
“중책을 맡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취임한 후 법인의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법인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사무국과 3개 팀으로 조직을 정비했습니다. 법인조직은 그 규모와 성격상 조금은 정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직의 명칭을 시대에 맞게 바꾸고, 기존에는 주로 지키는 역할을 하였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을 개발해 나가보자 라는 취지로 조직을 개편 하였습니다”

- 총장님과 보직 교수님과 학교 운영에 관한 협의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습니까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건물 신축과 기존공간 활용에 관한 것입니다. 화정 선생께서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중앙광장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이 우리가 또다시 마스터플랜을 그려봐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백주년기념관 맞은편에 연면적 7600평 규모로 예정된 미래교육관은 그야말로 미래를 투영하고 고려대를 상징할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시설물은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지어야 합니다. 또 세종시에 새 캠퍼스를 구축하는 것도 ‘200년 고대’를 위한 귀중한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법인은 이에 대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접근할 것입니다”

- 이사장께서 구상하시는 본교를 대상으로 한 주요 사업은 무엇입니까
“교육의 질적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최우선적 가치를 두고자 합니다. 내적 발전으로는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대학평가에서 고대는 연구업적 부분의 상대적인 저조로 인해서 평가순위가 하락했습니다. 현재 대학본부와 단과대학에 390억 원의 연구기금이 적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측과 머리를 맞대서 이 기금을 대폭 늘릴 방안을 찾겠습니다. 그리고 정년을 맞은 교수님일지라도 연구실적이 뛰어나고 명망이 높은 분이라면 모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외적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교지확보율은 기준대비 132%이며, 교사확보율은 190%입니다. 안암캠퍼스의 경우 교사확보율이 기준율보다 높지만 아직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호소를 듣기도 합니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학본부가 추진 중인 미래교육관과 자연계 실험연구동은 구체적인 결실을 맺도록 법인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 법인 수익사업 운영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
“법인은 2011학년도에 113억 원을 고려대를 포함한 법인 산하 학교에 전출했습니다. 새로운 수익사업을 개발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학교로 더 많이 전출하겠습니다. 그래서 2011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입액의 38.9%를 차지하는 등록금 의존율을 더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본부가 결정하는 것이고, 재단이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에 수익금 전출을 많이 해서 예산 부담을 덜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많은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수익사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합니다. 수익사업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교내 구성원은 경험적 측면에서 부족합니다. 우리도 고민을 거듭하지만 지금은 관련 업종에 계신 분들의 의견을 청취하려고 합니다”

- 정부는 대학자율화를 통해 확보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이 교육에 직접 사용되지 않는 경우,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변경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규제를 완화할 것을 밝혔습니다. 법인이 수익용 재산을 활용하는 폭이 넓어진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계획이십니까
“안암과 세종의 교지확보율은 이미 확보기준을 초과했습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덕소, 양평, 송추, 여주 지역에 산재한 토지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법인과 학교가 함께 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청소년 수련시설, 연수원, 유스호스텔, 사회인 야구장, 승마장, 고급 요양병원 등을 개발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 개방이사 선임 및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왜 지연되고 있습니까
현재 법인 임원은 법인 산하학교인 고려대와 고려사이버대 총장, 고대 교우회장, 전 하나은행장, 전 법무부장관, 전 서울시립대 총장, 전 감사원장, 회계법인 대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인 이사회는 지금도 사실상 그 운영이 개방형 이사를 선임한 것과 다름없이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으로서 이사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폭넓은 경륜과 전문지식을 가진 이사, 감사님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립대학들은 개방이사를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저는 굳이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방이사 선임문제는 대학평의원회 구성문제와 서로 맞물려 있기에 대학본부 측의 장기적 검토가 선행돼야 합니다.

- 10월 16일 본교 교수님 154명이 ‘고대의 위기 상황에 대한 교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교수 성명서에 대한 이사장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성명서에 대해서는 지면을 통하기보다는 여러 요구를 하신 교수님들께 직접 설명하는 것이 예의상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은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학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한 고민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하고 있는 일, 처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보니 추진방향이나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입장과 생각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근거 없는 비난은 갈등만 증폭시킬 뿐, 학교 발전에 해가 됩니다. 궁극적으로 구성원 모두 다 학교 발전을 목표로 협력하고 협조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지난 2월 법인의 특정금전신탁 투자에 대해 학내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법인은 금융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투자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논란이 일었던 투자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10월 30일 현재, 만기가 도래한 상품중에는 처분손이 발생한 것도 있지만 모든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 되어야 구체적인 처분손익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투자를 결정한 행위 주체가 현 법인 집행부가 아니라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실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인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김정배 전 이사장님의 재직 기간동안 법인과 대학본부와의 관계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반된 평가가 공존했습니다. 이사장님이 지향하는 대학본부와의 역할 배분과 관계 설정은 무엇입니까
“김정배 전 이사장님은 학교 발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그 모든 게 학교 발전을 위한 충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0여 년간 고려중앙학원은 학교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을 대학본부에 위임하고 폭 넓은 자율권을 부여해 온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의 자율을 존중하는 이런 전통이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자율에는 책임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 법인이 구상하는 총장선출방식은 무엇입니까
“고려대는 지금까지 총장을 법인 임명, 직선제, 간선제 등의 방식을 통해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직선제든 간선제든 총장선출 이후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캠퍼스의 정치화, 학내 파벌조성, 나눠먹기식 인사,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 확대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고대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많은 논의를 통해 어떤 총장을 원하는지부터 합의를 이루는 것이 총장선출방식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고려대 총장으로 학문적 경륜과 경영 마인드 그 외 여러 덕목 중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지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의견을 제시할 통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의견들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합의를 이룰 것인가는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봅니다”

- 총장 임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총장 임기와 관련해서는 굳이 4년을 고집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도 사립대학 총장 임기 제한을 폐지해 대학 총장이 중․장기적인 비전하에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학교발전에 기여하고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하는 훌륭한 분이라면 10년, 20년을 재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고대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대정신은 고대인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고대정신을 기반으로 고려대는 민족대학이 됐고 또 세계의 대학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법인, 대학본부, 교수, 직원, 학생, 교우회 등 고대 구성원 모두가 각자 본연의 위치에서 맡은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고대정신의 기본이며 고대 발전의 기반입니다. 고대정신의 참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모두 힘을 모아 고려대를 더욱 도약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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