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패션 머천다이저 신원섭 멘토는 겨울 의류 출고를 위한 준비로 주말까지 반납하고 특근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내 직업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 진 짐이기에 무겁지 않다”고 말한다.

이주영(공과대 건축환경11) 씨는 9월 신원섭 멘토와의 첫 번째 멘토링 이후로 하루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꿈을 생각하면 전공과의 괴리, 불안감 때문에 괴로웠지만 이제는 즐겁고 행복하다. 주영 씨는 “단순히 ‘패션 머쳔다이저가 되는 방법’보다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니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꿈을 이룬 자와 꿈을 꾸는 자, 그러나 결국은 같은 길에서 만날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한결 편안했다.
주영 씨는 패션 취향이 확고하다. 세련된 옷 보다는 복고를, 밝은 색 보다는 어두운 색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만일 머천다이저가 되어 대중과 자신의 패션 코드가 어긋나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것 같아 걱정이다. “패션 머천다이저가 되면 자신의 취향과 업계의 유행을 객관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 같은데 멘토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신원섭 멘토는 현직 머천다이저들 역시 상품에 대한 의사결정 시 본인의 취향에 치중하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끌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머천다이저는 브랜드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이전의 판매 데이터들을 해석하고 여러 개의 샘플을 만들어 예측해보아야 합니다. ‘꼼꼼함’과 ‘정밀성’은 머천다이저에게 무척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죠”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지드래곤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주영 씨가 멘토에게 장난스레 물었다. “본 바탕이 아름답지 않으면 옷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신원섭 멘토는 잘 만들어진 옷이 오히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결점을 가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기 보다는 얼굴을 완성시키는 것이 패션이에요. 다만 지나치게 살이 찌면 소화할 수 있는 옷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안타까워요”

멘토는 머천다이져의 필수 조건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 전에 팔굽혀펴기 100개, 턱걸이 30개를 한다. 요즘은 학원 강의를 수강하며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패션 산업은 향후 20~30년 간 괄목할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서 중국어 강의 수강료를 모두 지원해 주지요. 머천다이저가 되었다고 해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공부 없이는 발전하기 힘들어요”

포화된 시장과 수많은 경쟁사들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는 달리 패션산업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 오션’이다. “분명한 것은 패션업계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고, 전문 인력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분야이기에, 패션 머천다이저가 되면 업계를 선구적으로 이끌 수 있지만 ‘처음’이라는 부담감도 크다. 신원섭 멘토는 머천다이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머천다이저가 될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도 제게 하루하루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결코 정착하지 않고, 내일은 더 나은 제가 되어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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