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수능 직후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일찍이 없었던 자유가 밀물처럼 생활을 채우며 한동안 온종일 놀러 다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속박 없는 나날은 곧 중심을 잃고 무료해졌고 나중에는 빨리 입학하기만을 고대했다. 난 아마도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를 다룰 줄 몰랐던 모양이다.

얼마 전 2013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다. 시험장을 나오는 학생들의 밝은 표정이 TV에 비춰졌다. 하지만 올해도 어두운 소식은 있었다. 일부 수험생이 시험 결과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일부에선 ‘낙오자’를 만드는 사회 풍토가 문제라며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돌이켜 볼 때 고등학교 시절이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능 공부는 사회가 제시하는 최초의 ‘정도(正道)’다. 수많은 동년배들이 걷고 있기에 외롭지 않았다. 점심시간 친구들과 주고받던 농담, 문제집 한권을 끝낸 뒤의 성취감 등은 속박이 있었기에 빛을 더하는 소소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왜 학교는 정도 외에도 길이 있음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왜 자유에 대한 어떠한 인식도 교육하지 않고 다짜고짜 책임감부터 학습시켰나.

‘낙오’란 ‘대오에서 뒤떨어짐’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일찌감치 정도 위에 선다. 다른 길이 있음을 알지 못하기에 뒤처지면 낙오감에 젖는다. 만약 줄을 세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이것이 수많은 줄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정도는 미리 알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20대가 돼서야 허겁지겁 자유를 배웠다. 이전과는 다른 책임도 알게 됐다. 그것은 나로부터 비롯돼 나에게 귀속되기에 보람과 성취를 줬다. 물론 이곳에도 정도는 있었다. 굳어져가는 취업 코스, 사회가 보증하는 스펙 등이다. 이 길은 매력 있고 분명 가치도 있다. 다만 자유를 사색할 공백정도는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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