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 실 에 서 밝 게 웃고 있 는 가 족 들 . 왼 쪽 부 터 윤 정 희 씨 의 어 머 니 , 아 버 지 , 윤 정 희 씨 .
“무서웠죠. 평소에도 장기기증은 꿈도 못 꿨어요. 그런데 엄마잖아요. 그 때 못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았어요”

장기이식의 수혜자가 가족지간이더라도 수 시간에 이르는 대수술을 선뜻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11월 간경화를 앓는 어머니에게 간을 공여한 윤정희(정책대학원) 씨도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정희 씨에게 수술의 두려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녀가 중학생 때 처음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프더라도 자식들 하나 더 챙겨주려는 것이 우리 세상 어머니들이잖아요” 그래서였을까, 정희 씨의 어머니는 그녀가 간 이식을 결정한 후에도 그녀를 말렸다. “‘어떻게 제 간을 자신이 떼어 갈 수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이식을 두려워했던 제 자신이 얼마나 죄스러웠는지 몰라요”

지금은 회복해 퇴원한 정희 씨지만 수술 직후엔 말 못할 고통이 따랐다. 수술 후 한동안 봉합한 곳이 아파 허리도 펴지 못했다. 하지만 정희 씨는 옆 병실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뎠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순간엔 언제 아프기라도 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히려 전보다 더 커졌다. “엄마를 보고 있으면 가끔 짠할 때가 있어요. 몸이 아직 불편한데도 저한테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세요” 정희 씨도 그녀의 어머니처럼 남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사후장기기증서약도 했다. “원래 사람 살리는 일은 하나님밖에 못하잖아요. 제가 장기기증을 함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건데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소중한 어머니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게 된 정희 씨에게 새해는 각별하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나날이에요. 어머니도, 나머지 가족들도, 심지어 제 손에 들고 있는 커피도 모두 감사해요. 올해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거예요. 또 장기공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도록 봉사활동도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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