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20일 3교시 난 한 통의 문자를 간절히 기다렸다. 고대신문 입사시험을 돕던 당시 취재부 기자들은 정확히 12시면 내가 고대신문에 합격했는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12시가 되고 3분이 지나도록 핸드폰이 조용해 낙담하던 찰나 ‘반갑습니다. 고대신…’ 하던 문자 알림이 오던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취재의 시작, 월요일 기획회의
편집실 한 켠에 마련된 ‘춘추방’은 고대신문에 갓 들어온 수습기자들이 보도면에 실리는 ‘석탑춘추’의 소재를 모으는 공간이다. 석탑춘추는 교내의 소소한 일을 비판조로 위트있게 전하는 코너다. 처음에는 춘추란 것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고 얼마나 재치있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 동기 열 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골머리를 싸맸다. 그렇게 동기들과 새벽을 지새며 유리창 너머로 정기자들이 기사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어서 내 기사를 쓰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구체적인 취재 방식을 논의하는 부서 회의
올해 신년호부터 나는 정식으로 신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사를 쓰는 과정은 내 생각보다 훨씬 고되었다. 월요일 오전은 취재 점검차 공과대 학사지원부부터 도서관, 출판부까지 방문하며 분주히 보낸다. 오후는 평가회의, 기획회의 준비로 정신없다. 내가 쓴 기사가 비판받는 것은 아쉽지만 아무도 내 기사를 읽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것은 더 슬프다. 평일에는 보도자료를 받고 분주히 내려와 기사를 쓰는데 한 글자, 한 단어도 시원하게 나오는 법이 없다. 마음을 채찍질해도 손이 느리다. 술이나 마시자는 친구의 문자에 ‘나 마감...’ 하는 문자를 보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주는 밤새지 말아야지 했던 월요일의 다짐도 금요일 홍보관 문이 닫히면 무용이 된다.

계속되는 취재
초고 제출, 부장빽, 또 빽, 그리고 또 빽…. 어느새 새벽이다. 스무 시간을 넘게 깨어있는 정신이 멍해진다. 마실에서 취하는 30분의 잠은 꿀같다 못해 잠시 기절하는 것 같다. 동이 트고 내가 맡은 모든 기사가 통과된다. 힘들다는 생각 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쯤에 지난 밤 친구와 함께할 수 있었던 술 생각이 간절하지만, 고대신문에 들어온 이상 이것이 내 나름의 ‘불금’인 탓에 피곤한 하루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이 되어 새 신문이 나오면 피곤한 정신으로 쓴 부족한 기사들이 눈에 밟힌다.








한 글자, 한 단어가 어려운 금요일 기사 작성
고대신문에 들어오기 전 나는 ‘아직 학생인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무리 바보같은 실수를 해도 아직 나는 젊으니까, 학생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 하는 나를 다독이는 말들을 했다. 신기한 것은 고대신문을 들어오고 나서는 한번도 ‘난 아마추어니까 괜찮아’하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오타가 아쉽다. 아쉬운 것이 많을지언정 끊임없이 진일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편집실의 모든 기자가 같을 것이다. 금요일을 지샌 뒤 토요일 밤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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