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엔 몇 달 전 사라진 ‘연궁서가’를 끝으로 동네서점이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 인터넷 서점이 보편화됐으니까, 신문·책을 포함한 인쇄매체 자체가 다소 쇠퇴했으니까 ‘연궁서가’마저 문을 닫은 게 이해는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동네에 서점 한 곳이 없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궁서가 주인 아주머니가 20여 년 간 이어온 서점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주변 이웃들은 “그래도 동네에 유일한 서점이 없어지면 어떡하냐”라고 했단다. 아주머니는 그런 이웃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했었다. 동네에 서점이 있긴 있어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책 한권 읽지 않으면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연세춘추가 맞딱드리게 된 재정 문제로 말미암아 대학 학보사 운영의 어려움이 일간지를 통해 보도됐을 때, 문득 학보사도 동네 서점처럼 한두 곳씩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 학보만이 전달해줄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줄어 독자 역시 감소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학보의 존재 자체를 이젠 더 이상 가치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작년에 취재하면서 겪은 일 중 하나가 떠오른다. 봉사단의 캠페인 현장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커플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은 적이 있었다. 실명이 원칙이니 이름을 알려달라는 내 요청에 여자가 머뭇거리자 남자의 입에서 “뭐 어때. 어차피 고대신문 누가 읽는다고”란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학생들이 소통창구로서 학보를 이용하는게 아닌, 독자가 적으니 이름이 실리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 학보의 존립을 위협하는 근원적인 것은 재정적 문제가 아니라, 학보를 비롯한 대학언론들이 존재해야할 이유를 학생들조차 모르고 있는 현실인 듯하다.

고대신문에 쓴 소리를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고대신문이 과연 학내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냐고 묻고 계신 분들께도 감사하다. 적어도 그들은 학내언론이 학교에 꼭 필요하단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기사를 준비해야할지 고민이 되면서도 기운이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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