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전병철 교우, 최윤희 교우가 환하게 웃고있다.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거니는 캠퍼스커플(CC)를 쉽게 볼 수 있는 요즘과 달리 1973년의 캠퍼스에서 CC를 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오래 붙어 다니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던 그 시절,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이 있다. “처음에는 연애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늘 붙어 다니던 같은 학번 동기였죠. 그런데 졸업하고 보니,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지 싶더라구요” 다사다난했던 70년대, 학교에서 만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전병철(화학과 73학번), 최윤희(간호학과 73학번) 부부를 만났다.

 전병철 씨와 최윤희 씨는 1학년 때 교양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밥도 같이 먹으며 친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2학년 때부터 최 씨가 당시 간호대가 위치해있던 명륜동 캠퍼스에서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캠퍼스에서 만나는 횟수는 적어졌다. 하지만 ‘운화회’라는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학교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지만 동아리를 통해서 자주 만날 수 있었어요. 종로구에 사는 배움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친구들을 모아서 밤마다 명륜동 근처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했었죠”

 당시 학생들의 연애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00일, 200일 날짜를 세가면서 만나는 요즘과 달리 오래 붙어 다니고,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됐다. “친구들 여럿이 모여서 만나다가 친해지고, 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과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형성 되는 거죠. ‘쟤랑 쟤 뭔가 있나보다’ 이런 느낌으로요. 그러다 밤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둘이 없어지면 뭐 더 물어볼 것도 없어요. 그러면 보통 서관 뒤, 애기능, 인촌동산 같은데서 발견됐죠” 전 씨와 최 씨 역시 처음부터 연애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연애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건 아니었어요. 3, 4학년이 되고 졸업할 때가 되니 그 때부터 이 사람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전 씨와 최 씨가 기억하는 70년대의 고려대는 다사다난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시절, 휴교령은 연례행사였고 데모는 일상이었다. 전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직접적으로 데모에 가담을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어요. 가끔 정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있기도 했는데, 과 동기나 친구가 데모를 나가서 경찰에 잡혀갔다거나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어요. 과 녀석들이 다들 화가 나서 데모에 몰려나가는 그런 경우였죠” 최 씨는 남편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그 당시 일을 회상했다. “여학생들은 주로 주전자에 물을 들고 다니며 다친 학생들을 보살피는 일을 맡았었는데 피 흘리는 친구들을 보면 다들 화가 나서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어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전 씨와 최 씨에게 고대는 추억의 접점이자 자랑스러운 모교다. 하지만 요즘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선후배 간의 돈독함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 씨는 학생들이 점점 이해 타산적으로 변해간다고 말한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너무 자기 스펙 쌓기에만 바쁜 것 같아요. 고연전이나 4.18 구국대장정의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도 그 증표가 되겠죠” 또한 공부만큼이나 대학생의 낭만을 누리며 학교생활을 즐기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그게 다 본인의 자산이에요. 고대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끈끈한 선후배간의 정은 사회에서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부디 많은 학생들이 그 점을 잊지 않고 학교의 전통을 잘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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