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캠퍼스의 모든 건물은 미디어관을 제외하면 지상 7층 이하로 건축돼 있다. 이는 안암캠퍼스 부지 대부분이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자연경관지구는 건물 높이를 3층까지, 도시의 경관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받는 경우는 건물 높이를 7층 이하로 건축할 수 있다.

본교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 대학 캠퍼스는 대부분 자연경관지구로 분류돼 건물 높이를 규제받고 있다. 이는 1930년대에 만들어진 풍치지구(風致地區)가 현재까지 이어진 탓이다. 이에 80년이 지난 현재의 여건에 맞는 고도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규제 명분
서울시의 자연경관지구 지정은 도시경관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그 명분은 이미 의미가 없다. 캠퍼스 내 건물은 모두 7층 이하지만 캠퍼스와 인접한 안암로터리 주변이나 녹지캠퍼스 서측엔 이미 각 15층, 23층 높이의 아파트가 위치해있어 자연경관을 저해한다. 김세용 관리처장은 “본교 주변에 아파트 등 높은 건물이 많이 생겨서 서울시 조례의 자연경관지구 관리 목적이 유명무실하다”며 “조화를 이루는 정도에서 건물 높이가 재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캠퍼스 내 유일하게 7층 이상으로 건립된 미디어관은 미디어관 주변 부지가 건물 높이규제가 낮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12층까지 건축이 가능했다. 일반주거지역 분류 기준은 풍치지구를 처음 지정한 1930년대의 환경적 기준으로 세워졌기에 현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흥덕 시설부 과장은 “풍치지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기준이라 실무자도 분류기준의 근거를 잘 모른다”며 “오래전에 만들어진 조례를 고수하는 것은 공간이 많이 필요한 요즘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높이규제가 완화되면 공간부족 해결가능
건물 높이규제가 완화되면 △공간부족문제 해결 △조경 부지 확보 △건물 유지관리비 절약 등의 이점이 있다. 학내 구성원은 대다수가 건물 높이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여영호(공과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물을 무조건 낮게 짓는다고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며 “건축물 높이 규제를 융통성 있게 관리한다면 활용공간이 많아져 강의실 부족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덕 시설부 과장은 “높이규제 때문에 부족한 교육, 연구 시설들은 건물 신축을 통해 채울 수밖에 없다”며 “건물 하나를 높게 지으면 유지관리비가 한 번에 해결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오히려 건설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기숙사는 높이규제 완화가 더욱 절실하다. 김인섭 안암학사 관리운영팀 부장은 “새로 지은 외국인기숙사도 7층 높이로 406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며 “기숙사를 지원하는 학생 수에 비해 방이 부족한 상황이니 높이규제가 완화되면 학생 수용률은 확연히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윤태인(공과대 기계12) 씨는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도 빈자리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더 높은 층수의 기숙사를 건립한다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금도 배려하고 있다”만 되풀이
본교는 서울시에 건물 높이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본교를 최대한 배려해준 것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김세용 관리처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직접 만나 건물 높이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압박 때문에 현상유지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대학 캠퍼스 건물 높이규제 조례를 관리하는 도시행정팀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고려대는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본래 3층 높이 건물만 세울 수 있지만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지금도 많이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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