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박진영이 신보 'half time'을 발매하며 오랜만에 가수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문득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니 “내가 왜 뛰었지?”라는 근본적 의문이 생기면서 만들기 시작한 음반이라고 한다. TV에서 마흔의 박진영이 꺼내놓는 방황과 고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면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대학생들, 흔히 말하는 청춘들에겐 이미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군대보다 짧은 청년층 첫 직장’, ‘일자리 찾는데 11개월, 그만두는데 16개월’, ‘취업 성공한 대졸자 80% 첫 직장서 이직’. 최근 미디어에서 생중계하고 있는 방황 중인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린 갓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부터 이러한 근본적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쯤 되면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없다. 보통의 청춘들은 입시라는 전반전을 마친 뒤 자의 반 타의 반 잠깐의 하프타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사치스러운 시간은 결심을 내릴 틈도 주지 않고 ‘일자리 찾기’라는 후반전 휘슬과 함께 사라진다. 어두운 경제지표에 각종 전문가의 비관적 분석이 곁들어지니 가뜩이나 좁은 선택지조차 온전히 볼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야마저 완전히 망쳐 놓았다. 이렇게 견고하게 형성된 환경 속에 돌입한 후반전이 종료되면 우린 그제야 서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헤매는 시간과 용기를 빼앗겨 버렸다. 인생의 골목골목마다 정해진 관문을 성실하게 거치다보면 다른 골목에 들어가 헤맬 겨를도 없을뿐더러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은 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 발길이 이끄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는 의아하지만 설레는 경험이다. 막연하고 대책 없는 힐링도, 뜬구름 잡는 성공신화도 아니다. 이 달콤한 말들에 더는 길들 순 없다. 그러기 위해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생각만으로도 웃음 지어지는 것, 기다려지는 것, 뿌듯함을 주는 것, 편안함을 주는 것 등 내 본질을 그나마 온전히 표현해내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온갖 잡생각과 걱정들은 잠시 미뤄두고 내면의 창을 활짝 열고서 스스로 환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것들이 명확해지면 없던 시간과 알 수 없는 용기가 절로 생긴다. 이제 누군가 또 다른 휘슬을 불며 몰아가더라도 우린 이 기준점을 확고하게 붙잡고 있으면 된다. 가수 김거지의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문제는 말야, 극적이지 않는 것. 문제는 말야, 로맨스가 없는 것’. 누구나 지나고 나면 그리워한다는 청춘의 시기이자, 날로 다양해지는 자소서 질문들에 대한 정답 찾기로 여념 없을 하반기 채용의 계절이다. 우린 인생에서 좀 더 극적인 로맨스를 꿈꿔볼 의무와 권리가 있다. 마음껏 헤맬 청춘을 응원하고 싶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