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시작한 역사교과서 논쟁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교과서에 기술된 역사적 주장과 사실의 오류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 교과서를 제작한 이들의 성향에 대한 문제제기와 각 정당이 정파적으로 교과서를 옹호하고 공격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63년 검인정 국사교과서 시절에는 고대사에 대한 기술을 두고 논란이 있었고, 1973년에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뀌면서는 고조선과 삼국시대에 대한 서술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이러한 갈등이 역사학자간의 학문적 입장의 차이에 근간한 것이라면, 지난 2003년에는 지금과는 반대되는 정치적 환경에서 역사교과서 논란이 있었다

  제도교육에서 교과서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도리어 반발과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가 향후 대학입시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고, 역사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은 단순히 역사적인 연대기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많은 청소년이 단편적이고 편협한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고 무관심한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역사 교과서에 깔린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쟁중이지만, 더 깊이 고민할 것은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사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하고,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한민족과 한반도를 들여다보는 대범한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사의 관점에서 또는 지리사의 관점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며 상하좌우로 역사를 관조하는 비판정신을 배양시키는 일이 교육에 도입돼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논쟁을 한층 더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화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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