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교를 생각할 때마다 학생회관 앞 벤치에 앉아 막 나온 고대신문을 읽던 친구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벌써 삼십년도 더 된 얘긴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에 빠져있던 그 모습들이 방금 본 듯 생생하기만 하다.

  1980년대는 대학 신문의 전성시대였다. 시대에 대한 울분과 통제된 정보에 대한 갈망 때문에 신문이 나오는 날이면 학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곤 했었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뉴스와 정보가 꼭 종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유통돼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지금이야 말로 사고와 정보를 선별하고 숙성시켜 내보내는 신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한 가지 바람은 앞으로 고대신문에서 좋은 인터뷰 기사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고대에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 분들의 경험과 지혜뿐 아니라 각 전공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심 쟁점을 취재해 연중 시리즈로 연재한다면 나부터라도 읽고 싶을 것 같다. 대학이야 말로 지식의 용광로고 고대 교수님들이야말로 그 중에서도 최고들이 아니신가. 

  고려대는 이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몸집도 커지고 있다. 나는 고대신문이 그 동안 고려대라는 큰 울타리 속에 있는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 더 그럴 것으로 믿는다. 1980년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모두 고대신문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벤치에 앉아 열심히 신문을 읽는 그런 모습을 기대해 본다. 생일 축하 드린다. 고대신문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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