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나라를 빼앗겨 민족의 정체성을 점차 잃어가는 시국에 역사를 잊지 않아야 민족의 미래가 건사할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많은 대학생은 역사에 무관심하고 역사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이에 본지는 본교생을 대상으로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역사적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10월 29일부터 나흘간 진행했다. 응답자의 학년을 고려해 표본을 설정했으며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306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역사적 단순 사실은 잘 알고 있어

  ‘고대생이 기본적인 역사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나’를 알아보기 위한 역사적 사실 정인지 질문지 6개 중 비교적 단순 사실을 묻는 4개의 문항에선 정답률이 높게 나왔다. 각 질문의 정답률은 △‘경술국치(庚戌國恥) 날짜를 고르시오’(70%) △‘독립투사가 아닌 사람을 고르시오’(정답: 이완용, 80%) △3.15 부정 선거-5.16 쿠데타-6.15 남북 공동선언과 각각 관련 있는 인물을 고르시오‘(63%) △’숙종 때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인 받은 사람을 고르시오’(78%) 이다.
  반면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문항은 ‘4.18 의거에 대해 잘못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정답률이 11%밖에 되지 않았다. 오답률이 가장 높은 보기는 ‘당시 4.18의거 과정에서 사망한 고대생은 한 명도 없다’로 51%가 정답으로 골랐다. 허은(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당시 린치를 당해서 쓰러진 고대생 사진이 마치 죽은 것처럼 오보된 적이 있어서 학생들이 사망한 고대생이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의 커다란 전기  중 하나인 4.18의거에 대해 정답률이 낮은 것을 비판하는 지적도 있다. 정태헌(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매년 4월 18일이면 구국대장정 일정을 진행하면서 그 사건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입학하는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학교 역사를 배워 학교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기술 중 맞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문항에 ‘일본 식민지 당시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일본인은 있었다’는 정답을 고른 사람은 42%로 역시 낮은 결과를 보였다.

이전 대통령에 대한 고대생의 인식

  ‘역사 인식의 차이’ 문항들은 한국사에서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해 엇갈리게 평가되는 부분을 고대생은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물었다. 각 질문은 △전혀 아니다 △아니다 △보통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등 5가지로 나눠 각각에 맞는 척도를 체크할 수 있게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두고 ‘민주헌정질서를 붕괴시킨 정치인이다’,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로 이끈 인물이다’에 대해 각 전자는 ‘매우 그렇다(12%)’와 ‘그렇다(48%)’가 총 60%가 나온 반면 후자의 질문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6%)’와 ‘아니다(37%)’는 총 42%가 나왔다.
  ‘귀하가 생각하는 한국 역사상 가장 안 좋았던 시기(또는 사건)는 언제입니까?’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 ‘이승만 정권’을 적은 사람이 257명 중 20명이 나왔으며 ‘독립투사가 아닌 사람을 고르시오’라는 정인지 질문에서 이승만을 답으로 고른 학생은 17%였다.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다양한 독립 운동 노선 중 가장 적극적으로 독립 운동에 뛰어들었던 무장투쟁노선의 사람이 아닌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소수의 외교노선이나 친일 노선에 있던 사람들이 해방이후 정치적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며 “또한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를 구성해서 북한과 대결 체제를 유지한 시기에 정치적 주류 세력이었고 결국은 분단과 부정부패로 이어져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와 폭력으로 정권을 유지하였다’, ‘경제발전을 이룬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두 가지 평가로 나눠 그 척도를 물었다. ‘매우 그렇다’, ‘그렇다’를 합쳐서 전자와 후자 각각 80%, 63%로 높게 나왔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에 시위를 하고 불만을 표하던 대학생의 인식이 그가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 권내현 교수는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산업화가 진전된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이나 혹은 근래에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어떤 경제 부흥이나 발전을 기대하는 젊은 층의 생각들과 맞닥뜨려지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공로를 높게 평가한 것 같다”면서도 “외형적인 성장에 있어서 내면적인 문제나 좀 더 많은 계층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혹은 경제적 민주화까지 고려한 성장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시대가 태평성대
  ‘귀하가 생각하는 한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의 시기는 언제입니까?’는 주관식 질문에 ‘세종대왕 시대’라고 답한 사람이 234명 중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귀하가 생각하는 한국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라는 주관식 질문에 ‘세종대왕’이라고 답한 사람은 232명중 78명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이에 정태헌 교수는 “세종대왕이 왕위에 있던 시기는 국사책을 보면 가장 문안했던 시기가 맞다”며 “조선 후기로 가면서 16세기 말에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17세기에 청나라에 당하면서 조선은 변화 기회를 놓치고 19세기 이후 식민지, 전쟁, 분단, 독재 등 암울한 시기가 이어져 학생들의 인식에 세종대왕 시기가 가장 평화롭게 각인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귀하가 생각하는 한국 역사상 가장 안 좋았던 시기(또는 상황)는 언제입니까?’는 주관식 질문에 일제강점기라고 답한 응답자가 257명중 168명으로 가장 높았다. ‘귀하가 생각하는 한국 역사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시기(또는 사건)는 언제입니까?’ 질문 역시 일제강점기가 243명중 103명으로 가장 높았다. 윤경민(문과대 한문12) 씨는 “한국의 가장 힘들었던 역사이고 지금까지 일제강점기의 여파가 계속되는 만큼 일제강점기 시대가 가장 안 좋은 시기로 뽑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위 두 질문에 ‘신라의 삼국통일’을 적은 답변도 많았다. 두 질문에 각각 15명, 20명의 학생이 ‘신라의 삼국통일’을 답으로 적었다. 권내현 교수는 “아마도 정치적 혹은 영역적 판도를 넓혀나갔던 고구려가 중심이 돼서 통일을 이루고 북방지역까지 우리의 영토를 들어오게 했다면 좀 더 큰 영토를 가졌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며 “또한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 현재 우리 국가의 영향력이 주변국가에 비해 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신라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 중시해
  ‘현재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북한이 50%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이유는 ‘가장 밀접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안보 등 모든 분야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쟁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등의 의견이 많았다.
  또한 ‘현재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하는 질문에 ‘찬성한다’가 66%로 ‘반대한다(31%)’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통일에 찬성하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국가의 규모도 늘리고 자원을 얻어 발전하기 위해서’, ‘국방비도 아끼고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어서’ 등의 의견이 많았다. 권내현 교수는 “통일을 찬성하는 인원이 더 많긴 하지만 반대수치도 낮지 않은 걸로 봐서 기성세대와 달리 북한이라는 실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들에 의해서 통일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며 “여전히 같은 민족이라는 매우 추상적인 관점, 본인의 현실적인 필요성 등만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왜 통일이 필요한가를 우리사회가 공통으로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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