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기획 <직업, 어디까지 알고 있니>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취업에 대해 걱정한다. 점점 높아지는

취업의
벽 앞에 대학생들은 어학 공부, 봉사활동 등에 매달리게 됐다. ‘고학력 백수’가 300만을 넘어서는 시대에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돈 잘 버는 직업, 전망 좋은 직업, 안정적인 직업만을 갈구하며,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과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잃어버리는 대학생들이 많다. 잘 알려진 직업이 아니면 그저 ‘불안정하고 비전 없는 직업’일 뿐이다. 과연 잘 알려진 직업들은 정말 돈 잘 벌고 편한 직업들일까, 그렇지 않은 직업들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직업들일까. 고대신문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학기 기획으로 준비한 <직업, 어디까지 알고 있니>를 연재한다. 다양한 직업의 현실과 이면을 알아보고 탄탄한 미래를 설계해보자.

 수많은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사무실, 투박한 건물 외관과는 달리 사무실 분위기는 의외로 깔끔하고 차분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송재신(여·36) 과장과 조혜민(여·33) 명세사의 자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작은 변리사 실에 말끔한 셔츠에 자켓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열심히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전용준(남·43) 변리사,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공과대학원을 졸업하고,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이연국제법률특허사무소’에서 개업변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전 변리사는 자신의 직무경험을 회고하면서 변리사라는 직업을 소개했다.

 전용준 변리사는 변리사가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 등의 법적 등록 및 소송 업무를 도맡아 하는 직업이라고 소개한다. “변리사 없이도 특허나 상표를 법원에 등록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부분을 대신해주는 개념이죠, 변호사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전 변리사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는 기술 특허출원의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전 변리사는 요청자와 특허상담을 진행할 날짜를 맞춘다. 그는 출장상담을 통해 특허출원이 가능한 기술인지 확인하고, 가능한 기술이라면 특허출원을 위한 자료작성을 진행할 것이다. 출장 업무를 간단히 정리하고 난 뒤 전 변리사는 컴퓨터에 일정을 간단히 추가했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안경을 고쳐 쓰고 변리사가 가지는 특징을 소개했다.

 폭넓은 대화 주제 필요해
 “변리사도 영업직의 특성이 있는 만큼, 처음 보는 사람과 특정 주제로 한 시간 이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말솜씨가 있어야 해요.” 이공계열을 전공한 그는 인문학에 관한 상식도 두루 알아둬 상대방과의 대화 주제를 선정하는 폭을 넓혀놨다. 송재신 과장은 “전 변리사님은 평소 폭넓은 대화 주제와 능숙한 말솜씨를 바탕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 변리사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만큼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높은 업무 자유도
 조혜민 명세사는 업무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용하고 개인의 업무처리인 경우가 많아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분위기에요” 전 변리사도 자유로운 업무에 대해 동의한다. “사무실 안에서 협업이 이뤄지긴 하지만, 개인적인 업무일 때가 많고 업무의 자유도가 매우 높아요. 연가도 일반 사기업체에 비하면 쉽게 낼 수 있죠.”

 연봉 1위 직업?
 2013년 12월 국세청의 직업별 연봉 통계를 살펴보면 변리사의 연봉은 6억 3,500만 원으로 1위다. 그러나 그는 이 통계를 두고 이면을 반영하지 못한 거짓 통계라고 말한다. 1인 당 변리사의 실수입이 아닌 사무실 전체 매출이 통계자료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변리사가 1년에 그렇게나 번다면 저는 변리사 10년 하고 해외여행 다니면서 여생을 즐길 겁니다.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부풀려진 통계자료에만 의존해서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어 공부 뒷받침돼야
 특허 소송 업무를 하다 보면 해외 특허기술에 저촉되는 부분도 상당히 많기에 변리사는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일하다 보면 외국문서를 자주 다루고 외국인을 자주 만난다. 특히 영어문서 독해능력은 변리사의 기초라고 강조한 그는 변리사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변리사가 꿈이라고요? 외국어 공부부터 하셔야겠네요.”

 이야기를 끝낸 그는 미지근해진 커피를 마저 비우고는 ‘전용준에게 변리사란?’이란 질문에 답하며 직업 스케치를 마무리했다. “변리사라는 직업은 ‘지적 재산권의 조력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직업이지만 정보가 필요한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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