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구태여 일 년도 더 넘는 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글쓰기에 대한 나의 집착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정시 전형에 합격하기 전까지 수많은 논술 시험을 떨어져야만했다. 글 못 쓰는 귀신이라도 붙은 걸까. 논술시험을 봤다하면 ‘죄송합니다.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계속된 낙방에 오기였는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연구도 많이 해보고 시도도 해봤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항상 이론은 분명하다. 많이 읽어보고, 써보고, 고쳐보는 것. 왕도가 없다.

 나름대로 고민 끝에 정립한 글쓰기 가치관이 있다면 ‘더 이상 덜어 낼 수 없을때까지 덜어내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프랑스 소설가 아니에르노가 결정적이었다. 아니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글로 쓰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작가다. 그녀의 경험이 불륜, 젊은 청년과 뜨거운 사랑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솔직해서 정확한 표현력과 간결함에 감탄하게된다. 아니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80페이지를 넘지 않는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80페이지가 담고 있는 감정과 내용의 농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길게 쓸고자 했다면 한 없이 길었을 수 있을 내용이다. 하지만 아니에르노에게 간결함이 없었다면 농밀한 감정선이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장승리의 <말>이라는 시를 비평하며 정확하게 말하고 싶은 욕망은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나이기 때문에 나를 포장하고 싶지 않다.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정확한 사랑과 칭찬을 받고 싶다. 그게 내가 오늘도 글을 쓰고 고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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