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눈 의식하는 고대생
타인의 눈 의식하는 고대생
  • 고대신문
  • 승인 2014.06.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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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생 자존감 분석
 “자존감은 자신을 특별하고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평가하는 개념”이라고 세종학생상담센터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전한다. 안희정 안희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은 “자존감은 평생의 과제”라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현실을 버티고 이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본교생의 자존감은 어떠할까. 본지는 본교생의 자존감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5월 26~29일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법과대, 정보보호학부를 제외한 안암캠퍼스 15개 단과대와 세종캠퍼스 6개 단과대를 대상으로 배부했다. 2014년 1학기 기준 각 단과대 재학생 2%에 해당하는 수의 학생을 표본으로 삼았다(2%가 10명 미만일 경우 10명으로 계산했다). 총 617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는 △타인 의식 정도 △자기감정 표현 여부 △미래에 대한 불안정도 등을 물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본교생들은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고 그에 불안해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경향이 있다.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53.4%의 학생이 ‘그런 편이다(43.2%)’와 ‘정말 그러하다(10.2%)’고 답해 반수 이상이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고 그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 지식, 명예 등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에 가치를 두고, 타인과의 비교를 습관화하시키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의 특성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어려서부터 사회적 분위기에 길들여진 대학생이 현대사회의 가치를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 없이 그대로 내면화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업, 성적, 외모 등의 외적 가치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항에서 ‘그런 편이다’고 답한 이유현(문과대 서문13) 씨는 “친구들과 진로 얘기를 나눌 때 남에게 뒤쳐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준비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내 마음보다 타인의 마음
 ‘나의 마음보다 타인의 마음이 더 알고 싶고 끊임없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문항에 60.3% 학생이 ’그런 편이다(45.4%)‘와 ’정말 그러하다(14.9%)‘는 생각을 밝혔다.

 선안남 선안남심리상담소 소장은 “자존감이 낮으면 사람에게 다가가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편“이라며 ”내 마음을 보기 이전에 상대가 자신을 얼마만큼 마음에 들어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은 무시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석은 주변 사람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심리상태에도 적용가능하다.

 한편, 대학 입학 전 청소년 시기에 자신만의 뚜렷한 기준보단 사회의 규범과 기준에 맞춰온 이른바 ‘착한 학생’이었던 대부분의 본교생이 자율성이 필요한 대학교에 와서도 계속해서 남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견도 있다. 조해영(미디어12) 씨는 "본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비교적 사회의 기준을 잘 따른 편"이라며 "자신만의 판단과 결정을 내릴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자아와 자존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감정 속으로 삭혀대부분의 본교생들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 내적으로 삭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다’는 문항에 78.0%의 학생이 ‘그런 편이다(58.7%)’와 ‘정말 그러하다(19.3%)’고 답했다.

 이에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한국의 집단주의 분위기와 눈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는 자신만의 가치를 지향하기 어려운 심리적 환경을 조성한다”며 “현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고유한 자기존재의 실현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문항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조성률(생명대 식자경08) 씨는 “우리사회에선 자신을 낮추고 숨기는 게 미덕이기 때문에 자기를 내세우면 비난받는다”며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선 자기존중이 필요하므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 회피해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종 새로운 시도를 피한다’는 문항에 가장 많은 학생(44.3%)이 ‘그런 편이다’고 답했다.

 이는 계층적 구분이 상당히 공고화된 한국 사회와도 관련 있다.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상당 부분이 안정된 계층의 자녀로서 이들은 새로운 것을 성취하기보다는 이미 부모가 확보한 계층적 혜택을 누리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졸업 이후 대기업과 같은 안정된 직장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학생의 경우, ‘안정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11월 2일 고대신문 <고대생 5명 중 1명 ‘나는 상위층’> 기사에 따르면 본교생 20.1%는 자신의 계층으로 ‘상위층’을, 74.3%는 ‘중위층’을 선택해 5.6%만이 ‘하위층’이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성향을 부모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김민선(경영대 경영13) 씨는 “고려대는 학생들이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대대적인 변화에 배타적”이라고 말했다. 한누리(인문대 사회12) 씨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며 “계획대로 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엄마의 성향을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학생이 보다 외모에 예민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외모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였다. ‘주위에 예쁜/잘생긴 사람이 있으면 위축되는 편이다’는 문항에 여학생 50.4%가 ‘그런 편이다(42.9%)’와 ‘정말 그러하다(7.5%)’고 답한 반면, 남학생은 34.9%만이 ‘그런 편이다(30.7%)’와 ‘정말 그러하다(4.2%)’고 답했다.

 15.5%p의 차이에 대해 오현수 전임상담원은 “일반적으로 남성은 성취 지향적이고 여성은 관계 지향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취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이뤄낸 일의 결과에 따른 자기 이미지에 신경을 쓰지만, 관계 지향적인 사람은 관계 속에서의 자신을 의식하며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이어 오 상담원은 “내적인 가치보다 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양상이 또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회가 여성에게 외모를 더욱 강조하고, 그런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성은 사회의 가치를 그대로 내면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고 말했다.

 위 문항에 ‘그런 편이다’고 답한 곽민경(문과대 일문12) 씨는 “예쁘게 차려입고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이 나를 칭찬해 주면 자존감이 상승한다”며 “원래는 외모를 잘 가꾸지 않는 편이었지만 다른 여학생들이 예쁘다고 생각해 외향적인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학년이 더 스스로를 실패자로 간주해

 ‘대체로 나는 내가 실패자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문항에 20.9%의 고학년이 ‘그런 편이다(18.6%)’와 ‘매우 그러하다(2.3%)’고 답한 반면, 11.7%만의 저학년이 ‘그런 편이다(10.9%)’와 ‘정말 그러하다(0.8%)’고 답했다.

 이에 홍후조 교수는 “20%가 넘는 고학년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매우 심각한 결과”라며 “막 학교에 입학한 1학년 때는 희망과 자부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시작하지만 취업이 가까워진 4학년이 될수록 직업적인 준비나 뚜렷한 진로 확정이 부족한 학생들은 4년을 허비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가 더 미래 불안해해
 ‘나는 미래에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할 것 같아 초조하다’는 문항에 이공계는 38.2%가 ‘그런 편이다(32.4%)’와 ‘정말 그러하다(5.8%)’고 답한 반면, 인문사회계는 절반이 넘는 50.9%의 학생이 ‘그런 편이다(42.7%)’와 ‘정말 그러하다(8.3%)’고 답했다. 인문사회계가 이공계에 비해 12.9%나 미래의 직장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직업 창출 가능성으로 해석 가능하다. 홍후조 교수는 “인문사회계는 주로 이미 창출된 직업의 한 사람으로 취업해야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 직업에서는 새로운 직업의 창출이 빠르게 일어난다”며 “실제로 이공계 학생들은 졸업 때 기술과 자격이 있으면 직장을 골라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성배(공과대 전전전12) 씨는 “공과대 내의 전기전자는 공업 분야에 쓰여 수요가 많고 전문지식을 다루는 학과 특성상 그 분야 전공자가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과대 학생들은 미래의 직업에 대한 불안이 낮다”고 말했다.

 이지민, 정지혜 기자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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