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편의점, 들어가자마자 잡지 코너 중앙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최근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와 김수현이다. 타지에서 본 한국배우들이 반가워 “야, 여기서 김수현을 다 보네!” 라고 말하자 알바생이 우리 쪽을 돌아본다. 잠시 후, 한국 아이돌 노래가 매장 안에 울려퍼진다. 깜짝 놀란 우리가 알바생을 바라보자 알바생이 씨익 웃어 보인다.
 
   1992년, 한국은 오랜 우방국이었던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과 수교를 맺게 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One-China policy)’을 따랐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중국의 기조로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단교 이후 대만 내에선 반한 감정을 표출하는 시위가 꾸준히 발생했고 대만은 ‘한국을 싫어하는 나라’가 되기를 자청하는 듯했다.
 
   그러나 단교 23년, 대만은 더 이상 ‘혐한국가’가 아니다. 대만에 거주하는 박송건(남·21) 씨는 “대만의 혐한 감정은 알려진 것만큼 심하지 않다”며 “오히려 한류열풍이 더욱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대만엔 한국의 영화, 연예 콘텐츠 등이 유행하면서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 대만 언론은 ‘한국 팬 집단’을 의미하는 합한족(哈韓族)에 대해 자주 조명하고, 거리에서는 한국 연예인의 제품 광고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7월에는 대만 방송 채널 ETTV를 통해 방영된 MBC 드라마 ‘기황후’가 올해 대만에서 방송된 해외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대만유학생회 최진우 회장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우호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상점에서 K팝이 들릴 때면 한류를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양국의 문화 교류뿐 아니라 경제적인 교역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91년 대만은 한국의 12대 무역 교역국으로서 교역규모는 31억 달러 정도였으나, 2012년 대만은 한국의 6대 무역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2013년 6월 기준, 교역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42.14억 달러로 성장했다. 한국을 찾는 대만인 관광객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에 한국에 입국한 대만인 관광객 수는 6만 2402명으로, 작년 7월(4만 7728명)에 비해 1만 5000여 명 증가했다.
 
   한국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관심은 한국어 공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에 응시한 대만인 수가 2013년 기준 4026명으로 이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숫자다. 두 국가에 비해 대만의 인구가 20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상당한 수치다. 국립국제교육원 김동희 재외동포·TOPIK팀장은 “대만 응시생의 증가는 한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걸맞는 국격을 갖추도록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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