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길 거예요. 이번 정기전은 제 인생의 마지막이에요. 대학 4년 내내 정기전 우승이라는 역사를 쓰게 되죠.” 정기전을 앞두고 이승현(사범대 체교11, F) 선수가 말한 다짐은 현실이 됐다.

  오후 2시 37분 농구장 코트 위로 고려대 농구부 선수들이 올라왔다. 그는 일제히 손바닥으로 무언가를 표시하며 계속해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을 도왔다. 경기시작 직전, 그가 모든 선수들을 불렀다. 어깨동무를 하며 손을 모은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쳤다.

  1쿼터 첫 득점은 이승현 선수의 미들 슛이었다. 하지만 그 후 경기는 연세대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계속 치며 선수들에게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2점을 뒤진 채 2쿼터가 시작됐다. 연세대 반칙으로 자유투 기회를 잡은 이승현 선수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공을 던지기 전 발을 7번 굴리며 침을 삼키는 모습에서 그가 지닌 부담감이 느껴졌다. 첫 슛은 성공. 두 번째 슛은 실패였다. 26대 31, 5점 차로 연세대에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이종현 선수의 골밑 장악으로 경기가 풀리자 이승현 선수가 역전 슛을 만들어 냈다. 그는 땅을 치고 점프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이후 경기도중 갑자기 그가 코트에 주저앉더니 골반 쪽을 붙잡으며 신음했다.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이승현 선수는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나갔다. 그는 빨리 코트로 복귀하기 위해 연신 부상당한 곳을 매만지며 다리를 풀었다. 곧 이승현 선수가 코트 위로 올라갔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한 채 3쿼터가 종료됐다.

  4쿼터 시작과 함께, 연세대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승현 선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동료들에게 집중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53대 51, 고려대가 다시 역전하자 그가 주먹을 굳게 쥔 손을 내리쳤다.

  경기종료 17초 전, 연세대에 여전히 2점 차였다. 그때 이승현 선수가 골대를 튕겨 나온 공을 배로 감싸면서 리바운드를 따냈다. 그는 남은 시간을 끌기 위해 코트 외곽으로 돌며 원래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때 마침 연세대의 파울이 선언되자, 그는 공을 땅에 쾅하고 내려놓고 손을 쫙 펼치며 이겼다는 듯한 표정과 모습을 보였다. 경기는 61대 58 고려대의 승리로 끝났다.

  농구부 선수들은 모두 모여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그는 감정이 계속 복받쳤는지 내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가 응원단상으로 올라오자 관중석은 “이승현! 이승현! 이승현!” 그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그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입고 있던 경기복을 벗어 관중으로 던졌다.

  이승현 선수는 “마지막 정기전 경기에서 이긴 것은 매우 기쁘지만 이제 본교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민형 고려대 농구부 감독은 연세대의 공격적 플레이에도 페이스를 유지한 것을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이민형 감독은 프로로 떠나는 이승현 선수에게 “앞으로 프로라는 큰 무대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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