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30분 전, 워밍업(warming up) 시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흐르자 링크 위에 양 교 선수들이 나와 제각각 몸을 풀었다. 박계훈(사범대 체교11, GK) 선수는 링크장 구석에서 좌우로 한두 번 스케이팅을 하더니, 이내 제 자리인 듯 골대 앞에 섰다. 박계훈 선수가 골대 앞에 서자 같은 팀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일제히 슛을 쐈다. 스무 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1~2초의 짧은 간격으로 연속해서 슛을 날렸지만 퍽은 박계훈 선수의 몸통, 글러브, 스틱을 맞고 모두 튕겨 나갔다.

  1피리어드가 시작되자마자 김형겸(연세대 체교13, FW) 선수가 골대 바로 앞에서 퍽을 찔러 넣었다. 급작스런 공격에 관중들이 소리를 질렀지만그는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퍽을 침착하게 세이브했다. 이후 경기는 고려대가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형국이었다. 연세대 선수들은 공격지역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했고, 대부분의 슈팅이 수비수에게 끊겼다. 그는 “슛을 최대한 부담하고 리바운드를 안주기로 했는데 그 부분이 잘 지켜져서 좋고, 수비진들이 잘 해준 덕에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대가 공격을 퍼붓고 얼마 지나지 않은 5분 27초, 첫 골이 터졌다. 이후 고려대는 숏 핸디드(short handed) 상황에서도 득점하며 1피리어드에서만 3점을 얻었다.

  2피리어드에 들어서자 박계훈 선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박계훈 선수는 경기 도중 자리에 서서 반대 쪽 골대를 쳐다보고, 스틱으로 주변 얼음을 긁으며 정리하기도 했다. 박계훈은 “연세대의 슈팅이 너무 없어서 집중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괜찮았다”고 말했다.

  2피리어드 종료 10초 전, 고려대는 1점도 내주지 않고 두 번째 피리어드도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2초 남은 상황에서 박계훈이 골대 밖으로 나와 쳐낸 퍽을 연세대가 끊고 빈 골대에 그대로 넣었다. 당황스러운 실책에 놀라지 않았냐고 묻자 박계훈 선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게임이 루즈해서 한 번 넣어보라는 마음으로 퍽을 쳐냈다”고 말했다.

  3피리어드, 늦게 몸이 풀린 연세대가 연속으로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박계훈 선수에게 번번히 막혔다. 1분을 남기고 이강수(연세대 체교13, FW) 선수가 1점을 추가했지만 경기는 3:2로 종료됐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자 선수들은 환호를 지르며 빙판 위로 뛰쳐나왔고, 17년 만에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승리의 뱃노래를 불렀다.

  그토록 바라왔던 정기전 승리에 박계훈 선수는 “마지막 정기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기쁘다”며 “이후에도 후배들도 이 승리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우 감독은 “박계훈 선수가 뒤에서 든든히 받쳐줬고, 그만큼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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