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 30분, 잠실 주경기장에서 정기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축구 경기가 시작됐다.
 
  고려대 축구부를 이끄는 서동원 감독은 벤치에 교체선수들과 함께 자리했다. 서동원 감독은 정기전의 마지막 경기이자, 정기전 역사상 첫 전승을 결정지을 시합을 앞두고 사뭇 긴장한 모습이었다. 서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계속해서 껌을 씹었다. 경기 초반부터 연세대가 강한 압박 수비를 보이자 벤치에서 일어났다. “집중 피켓 들어, 집중” 서 감독의 말을 들은 벤치선수 한 명이 빨간 글씨로 ‘집중’ 이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들었다. 서 감독은 시끄러운 응원 속에서 진행되는 정기전의 특성상 목소리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할 수 없어 피켓사인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집중’, ‘수비자세’, ‘결집’, ‘투쟁심’, ‘둘다 봐’, ‘체크타임’ 등, 박스 안에는 다양한 플랜카드가 있었다.

  한번 일어난 서 감독은 다시 벤치에 앉지 못했다. 경기 초반 주장 김원균(사범대 체교11, DF) 선수와 상대편 공격수 김기수(연세대 스포츠레저14, FW) 선수가 서로를 밀치는 등 선수들 간 견제가 심해졌다. 이에 서 감독은 벤치를 벗어나 터치라인 주변으로 나갔고, 선수들에게 ‘밀고 나가’라는 수신호를 줬다.

  전반 33분, 허용준(사범대 체교12, FW) 선수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서동원 감독의 굳은 표정은 조금씩 풀어졌다. 허용준 선수가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연세대의 수비진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과한 수비를 보여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수정(연세대 스포츠레저12) 선수는 항의하는 과정에서 골대를 걷어찼고, 연세대 신재흠 감독의 항의도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은 변하지 않았다. “가라, 제발” 서동원 감독이 소리쳤고, 허용준 선수는 과감한 슈팅으로 연세대 골문을 흔들었다. 김동준(연세대 체교13) 골키퍼가 공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골키퍼가 막지 못할 정도로 정확한 슈팅이었다. 두 번째 골의 주인공 역시 허용준이었다. 후반 24분, 허용준이 빠르게 질주해 왼발로 날린 슛은 또 다시 연세대의 골 망을 흔들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승리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서동원 감독은 허용준 선수를 교체했다. 그라운드를 벗어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뛰어와 안기는 허용준 선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서 감독은 활짝 웃고 있었다. 멀티 골을 기록한 허용준 선수는 “공을 받았을 때 느낌이 좋아서 넣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지금으로썬 기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는 서동원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뜨거운 날씨와 파인 잔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고려대 축구부는 2대 0으로 완승해 정기전의 대미를 장식했고, 동시에 정기전 역사상 첫 5경기 전승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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