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본교를 이끌어 갈 총장을 뽑는 선거의 일정이 시작됐다. 학생이 생각하는 총장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이 원하는 총장은 어떤 총장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섭외한 학생은 총 10명이다. 캠퍼스와 소속, 단과대의 다양성을 위해 인문사회계 3명, 자연계캠퍼스 2명, 의료원 소속 단과대 2명, 세종캠퍼스 2명, 대학원생 1명을 섭외했다.

  학생 심층좌담회는 10월 29일 오후 7시 백주년기념관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학생 심층좌담회를 실시했다. 학생의 시각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총장의 역할’과 ‘이상적인 고려대학교 총장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진행된 이 심층좌담회에는 사전에 섭외한 10명 중 8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좌담회에는 학생대표의원으로 최종운 47대 안암총학생회장, 강훈구 동아리연합회장이 참석했고 일반 학생으로 강민구(의과대 의학11), 곽승찬(공과대 건축13), 김이환(인문대 북한07), 김형준(사범대 컴교11), 이호선(보과대 방사선09), 이소민(문과대 철학12) 씨가 참석했다. 참석하지 못한 박원익 대학원총학생회(원총) 회장과 박지예(인문대 사회12) 씨는 개인 인터뷰를 진행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좌담회 이후, 최종운 회장은 총학생회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본 좌담회 기사에서 최종운 회장의 발언내용은 넣지 않았다.

▲ 이날 좌담에 참석한 학생들이 '이상적인 총장님의 상'을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kunews.ac.kr
 학생들이 바라는 총장의 모습은
  ‘바람직한 총장 상’을 그릴 때 학생들은 가장 먼저 어떤 모습을 떠올릴까? 참가자들은 본교 9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 교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좌담회가 시작되자 강훈구 동아리연합회장이 할 말이 있는 듯 손을 들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 스승님으로 다가오는 총장님을 원해요. 멀게만 느껴지는 총장님이 아니라 선생님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존재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이어 이호선 씨는 혁신적인 교육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강조했다. “취업률이나 경제 수익 등의 지표에 얽매이지 않고 백년대계인 교육계획을 철저히 세워 멀리 볼 수 있는 총장님이셨으면 좋겠어요” 김형준 씨도 여기에 동의했다. “적어도 고려대학교의 총장님이시라면 단순한 손익 문제보다는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한편, 강민구 씨는 총장의 경영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교육이나 연구 모두 재정적인 문제와 연계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학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재정수입원이 충분치가 않아요. 재정문제에 대한 확고한 마스터 플랜을 갖고 이것이 학내 적재적소에 분배되도록 경영리더십을 갖추셨으면 좋겠어요” 이 의견에 대해 박원익 원총회장은 재정확보만이 주요 역할이 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박원익 원총회장은 “총장님의 주요 역할은 재정확보가 돼선 안돼요. 그것보단 법인 전입금에서 학교투자부분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일 거에요.”

  이어 김이환 씨는 차기 총장에게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요구하며 교육자이자 경영자의 모습을 동시에 언급했다. “고려대 출신의 총장님들이 많이 있으셨어요. 그 분들은 총장님이기 이전에 고려대 교수이자 학생이셨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그 당시 추구하셨던 가치들을 돌이켜 보며 훌륭한 학자이자 경영자의 모습 둘 다 충분히 이루실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큰 그림을 그리는 아는 총장
  학생들은 총장의 본 역할이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야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강민구 씨는 “대학공동체의 대표라면 고려대학교의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가 구성원들에게 그 정체성에 대해 알게 해야 해요. 사실 입학한 후로 고연전을 제외하면 ‘우리 학교가 이런 쪽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강민구 씨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이환 씨는 총장의 사회적 역할을 언급했다. “고려대학교 총장이란 직책은 이 사회에 끼치는 책임과 역할이 클 거에요. 노동자문제 등의 학내 사안에 잘 대처하고 그 사례가 전 한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면 고대생으로서도 자부심을 느낄 것 같아요.”

  이호선 씨는 총장의 역할에 대해 학내 구성원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비전제시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총장님께서는 부처와 부처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부처의 일이 각 단과대에 어떻게 적용되고 효용성이 높은지, 단과대와 소통이 되는 중간다리 역할이라고 보거든요. 중간다리 역할, 큰 틀에서 비전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단과대 차원에서의 비전 제시를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총장의 역할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손을 든 김형준 씨는 이어 사범대의 비전을 주문했다. “대한민국 일류 사범대를 가진 대학교의 총장님이라면, 이 나라 교육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과대 비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호선 씨도 손을 들었다. “보건과학 분야는 국내에서 본교가 압도적으로 1위에요. 본교 보과대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청사진을 그려줄 수 있었으면 해요.”

  비전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자 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다. 곧이어 이소민 씨가 손을 들었다. 그는 비전을 세우는 방향에 대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큰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야해요. 학생, 교수, 교직원 등과 밀착해 기본적인 사항부터 공감해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강민구 씨가 손을 들었다. 그는 앞서 학생들이 언급한 ‘바람직한 총장상’의 모습을 정리했다. “첫째로 대학발전에 혜안을 갖춘 사람, 둘째로 학내구성원의 의견을 잘 수합하고 소통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할 수 있는 사람, 셋째로 고려대학교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고려대학교의 총장님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대한민국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총장님이었으면 해요.” 강민구 씨의 말을 들은 학생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총장을 위해 필요한 ‘소통’
  모든 참석자들은 총장이 학생들이 바라는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나오자 김이환 씨가 손을 들었다. “총장님과 학생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마련돼 학내 구성원들과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이호선 씨도 이에 동의하며 말을 이었다. “앞서 말씀하신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해요. 총장님과 학생대표들이 정기적으로 학내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생각난 듯한 곽승찬 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예로 들며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을 언급했다. “직책이 높을수록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시장이 SNS를 통해 서울시민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바쁘시다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어요.”

  박지예(인문대 사회12) 씨는 총장의 모범적 역할에 대해 주문했다. “총장님 단어 자체가 친근하지 않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에요. 신뢰를 쌓고 구성원에게 모범이 되는 총장님이 선출되고 이후의 상호간의 소통을 기대해봅니다.” 박원익 원총회장은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언급했다. “소통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요. 심의기구의 정상화 등을 위한 결단력 있는 총장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말을 듣고 있던 강훈구 동아리연합회장은 학생들에게 비춰지는 총장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는 최근 우리사회의 대학생 탈정치화 현상이 대학 내 총장선거 시점에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올해 총장선거가 있는 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총장님이 바뀌어도 학생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학생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총장님은 학생과 소통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요. 악순환이죠. 이런 문제점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겠죠” 이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이소민 씨는 소통이 이뤄져야하는 이유로 총장의 공약 중 대부분이 학생과 관련된 점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학생은 총장님이 시행하는 정책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총장님과 학생사회 양쪽이 서로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요해요.”

 ‘소통’하는 총장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참석자들은 ‘학생들과 가까운’ 총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소민 씨는 SNS 등을 통해 공약의 자체평가, 학내구성원의 소통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구 동아리연합회장은 이 의견에 대해 동의했다. “임기가 1년인 총학생회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총장선거의 정책 자료집을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방법을 통해 친숙한 총장님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이어 그는 야구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김성근 감독이 취임한 야구 구단인 한화의 예를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과 학교가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해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의 학생 표를 늘려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교수 투표를 거쳐 선별된 총장 후보들 중 최종 총장 후보를 투표로 선출하는 총장추천위원회는 총 30명이다. 이 중 학생위원은 3명이다. 김이환 씨는 현 총장 선출 구조에 대한 의견을 내며 조심스레 말했다. “30명 중 3명이 많고 적고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저는 캠퍼스가 많은 만큼 학생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해졌기에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학생위원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총장 모의투표를 통해 학생의견을 전달하자 의견도 있었다. 강훈구 동아리연합회장은 학생들의 모의투표 결과를 통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원하는 총장님을 뽑아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했으면 해요”라며 “총장님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고, 이는 곧 총장님이 학생들을 만나는 기회로 발전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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