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이 부족하니 기자들이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그러다 보니 기자는 과도한 업무량을 못 이겨 학보사를 떠난다. 결과적으로 인력이 더 부족하게 되어 기사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한국외대 학보사 ‘외대학보’의 임수진 편집장의 말이지만, 외대학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양대 학보사 ‘한대신문’ 금혜지 편집장은 학보사 운영 어려움의 원인에 ‘학보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어 지원자가 줄고, 이것이 신문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학보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더욱 저하 시키는 악순환’을 꼽았다. 이처럼 학보사의 악순환 고리는 풀리지 않은 채 학보사의 위상과 자리를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다.

 일방적 예산 감축에 어려움 겪기도

▲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는 예산 지급 방식을 두고 학교 본부와 갈등을 겪자 2013년 3월 11일 백지호 외호를 발간했다.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는 예산 지급 방식을 두고 학교 본부와 갈등을 겪자 2013년 3월 11일 백지 호외호를 발간했다. 당시 백지 호외호에서는 학교 본부가 자율 경비 선택 납부제도를 도입하면 연세춘추 운영상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했는데 이를 방관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연세춘추는 학생 등록금에서 예산이 할당됐으나 2013년 1학기부터 자율 경비 선택 납부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정세윤 전 편집국장은 2012년 말에야 예산 납부 방식의 변화를 들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물가는 오르지만 재정비는 계속 동결이라 심한 재정난을 겪었는데 예산도 감축돼 기자 취재비를 주는 것도 어려웠으며 조립식 컴퓨터 부품을 사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는 연세춘추 교지비 납부율이 저조한 것은 학생들의 학보사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하며, 발행 부수와 발행 횟수 조정, 지면의 축소, 이북(E-BOOK)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세윤 전 편집국장은 “발행 부수와 발행 횟수를 조정하라는 것은 학보사 운영 체계 자체를 모르는 것”이라며 “이전부터 디지털 혁신에 따른 인터넷과 앱 개발 지원을 학교 측에 요청했으나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 관계자에게 관련 질문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 했다. 조주연 연세춘추 현 편집국장은 “현재 예산상으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며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나 제작 중심으로 예산편성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발행부수
  서울시립대 학보사 ‘서울시립대 신문’은 1만 1000부를 격주 발행했지만 2014년도 2학기부터는 1만부로 감소했다. 신문 배포 이후 남는 신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학보사들이 구독자 수가 감소하면서 발행 부수를 줄이고 있다.

  한양대 학보사 ‘한대신문’은 한때 매주 1만 5000부를 발행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서울캠퍼스와 에리카캠퍼스를 합쳐 8000부를 발행한다. 줄어드는 발행부수에 대해 금혜지 한대신문 편집국장은 “학보의 구독률 저하와 대학 내 학보사의 위치 변화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학보사 ‘건대신문’은 최근 몇 년간 매주 1만 2000부를 발행해왔지만, 현재 발행부수를 감소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 즉 구독자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혜민 건대신문 편집국장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발행부수의 50~70% 정도가 소비된다”며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에, 차라리 그 돈을 학생들이 많이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웹 페이지나 어플 개발에 쓰는 방향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종이신문 폐간하기도
  그리스도대 학보사 ‘그리스도대학보’는 현재 온라인 신문으로만 발행된다. 2009년에 학보사에 대한 예산이 감축되었고, 당시 학보사의 인력도 부족해 종이신문을 폐간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그리스도대학보는 3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2012년 말부터 홈페이지에서 신문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스도대학보 이두인 편집국장은 “종이신문으로 발행하면 더 많은 학우들이 볼 수 있고, 학보사가 갖는 힘도 강해질 텐데 온라인으로만 발행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두인 편집국장에 따르면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학보사를 한 학기에 1~2회 발행하는 사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리스도대학보가 속해있는 그리스도대 언론 센터의 송경애 센터장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논의 단계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적은 지원자 수에 인력난 겪어
  구독자뿐만 아니라 적은 기자 수는 학보사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한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학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기자는 수습기자를 제외하고, △외대학보, 그리스도대학보 6명 △국민대신문 7명 △서울시립대신문 10명 △건대신문, 이대학보 14명 △한대신문 16명 △중대신문 20명 △성대신문 22명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 23명 △연세춘추 31명이었다. 적은 기자 수로 매주 12~16면의 신문을 발행하게 되면 각 기자에게 할당되는 일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신문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지면의 양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한대신문은 매주 8면을 발행한다. 12면이었던 2012년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한대신문 금혜지 편집국장은 “지금은 총 16명의 기자로 이뤄져 있지만 작년엔 5명이 신문을 만들었을 정도로 인력난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보사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금혜지 편집국장은 “요즘 대학생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하나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며 “학보사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고 다른 스펙들을 준비하고 싶다며 도중에 나가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14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는 건대신문의 경우, 2013년에는 3명의 기자가 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김혜민 건대신문 편집국장은 “학보사 활동은 다른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고, 소위 ‘스펙’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원자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과의 소통 방법 강구해야
  학보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낮아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의 유홍림 주간교수는 “독자들의 관심 소재를 발굴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접근 편의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대학의 학보사들이 학내 구성원에게 다가가기 위해 SNS 서비스를 제공하고, 독자 참여 방안을 확대하는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대신문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주요 기사를 소개하기도 하고, 건대신문에서 진행하는 공모전, 기고 등에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건대신문 김혜민 편집국장은 “SNS에서 마치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듯이 글을 올리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신문 지면에도 학우들이 참여할 코너를 많이 만들어 학생들의 참여율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학보사 ‘대학주보’의 권오은 편집국장은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모아 그것을 바탕으로 기획기사와 심층기사를 만들기도 하고, 단순 보도기사뿐 아니라 다채로운 형태의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의 정체성 생각해야
  학보사가 스스로를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의 조수민 편집국장은 “과거 학생들이 소식을 접할 매체가 적었을 때에 비해서 지금은 학보사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학보사가 스스로를 위기라는 이름에 가둬선 안된다”며 “대학생의 목소리를 온전히 내는 대학신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 사이의 공론의 장이 학보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상황이 학보사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의 조주연 편집국장은 “과거에 비해 소통의 창구가 다양해져 대학생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며 “여기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착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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