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교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내 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학교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학보사도 학교로부터 탄압을 받으면 자신의 지위를 명확히 드러내고 저항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압이 두려워 비판을 멈추는 건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외면하는 일인 것이죠.” 중앙대 독립언론 잠망경의 김펄프(필명) 기자의 말이다.
 


  대학 내에 학보사가 있는데 학내 사안을 기사화하는 또 다른 학내 언론들이 여러 대학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독립언론’이라 부르며, 대학 당국에게서 예산을 비롯한 그 어떠한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학 내 독립언론 중 △성신여대의 성신퍼블리카(편집장=서혜미) △중앙대의 잠망경(편집장=강남규) △한국외대의 외대알리(편집장=강유나) △연세대의 연세통(편집장=박성환)을 조사했다. 연세통 박성환 편집장은 독립언론을 “재정적으로 대학에서 독립돼 학생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언론”이라 정의했다.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형성돼
  ‘한겨레 21’은 6월 16일부터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라는 기획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독립 언론에게 한겨레 21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회의 등을 주기적으로 하진 않으나, 4~5회 모임을 가져 각 독립 언론들이 제출한 기획안에 대해 서로 논의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이 기획을 계획한 이문영 한겨레 21부 사회팀장은 “처음엔 한겨레 21에서 독립언론들과 만나는 회의 날짜를 잡아주고, 기획안도 적어주었지만 지금은 독립언론들이 자체적으로 회의를 계획하는 등 그들의 자생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란 말을 중시했다. “네트워크란 말이 중요하다. 네트워크로 모여 서로가 머리를 맞댄다면, 각자의 언론이 처한 힘든 상황을 같이 이겨낼 근육과 같은 힘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독립언론의 출현 배경
  이문영 한겨레 21부 사회팀장은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기획에 참여하는 7개 독립 언론의 출현 배경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첫 번째는 기자들이 이전의 학보사나 방송사의 경험을 하고 나서 독립언론을 만든 경우인 한국외대의 외대알리, 국민대의 국민저널의 경우, 두 번째는 학생기자 출신은 아니지만 학내 비판 도구로 언론을 택한 경우인 중앙대의 잠망경, 성신여대의 성신퍼블리카, 성균관대의 고급 찌라시의 경우, 세 번째는 학보사는 아니지만 기존에 학회, 단과대 차원에서 만들었던 것이 예외적으로 살아남은 경우인 연세대의 연세통의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외대알리의 강유나 초대 편집장은 총학 선거에 관한 기사를 쓰지 말라는 학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해임된 한국외대 학보사 ‘외대학보’의 전 편집장이다. 외대알리 강유나 편집장은 “외대학보에서 해임된 후, 외대학보를 학교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수단으로 독립언론을 택했다. 강유나 편집장은 “학교로부터 재정적 독립을 하지 않게 되면 ‘모든 간행물은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학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생각돼 외대언론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성신퍼블리카의 창간을 주도했던 서혜미 편집장은 “총학의 선거 공약 이행률 등 학보가 마땅히 다뤄야 할 사실들을 다루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왔기에, ‘내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독립언론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새롭게 독립언론을 만든 이유는 언론지 명칭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2011년 12월 1일 자 잠망경의 창간호엔 ‘너무 깊이 잠수하지도, 수면 위로 맨 몸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수면 위의 상태를 지켜보려 한다’라고 적혀있다. 이에 김펄프(필명) 기자는 “산소에 민감한 토끼를 잠수함에 실어 산소 고갈 여부를 판단한 실험처럼 학내의 문제를 예민하게 파악해 알리자는 취지에서 잠망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독립언론은 어떻게 운영되나
  대학 독립언론 4곳을 조사한 결과 △연세통 8명 △성신퍼블리카 7명 △외대알리 14명 △잠망경 5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연세통 박성환 편집장은 “지원자가 정말 적다”며 “이전에는 4명으로 구성됐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원수가 많은 외대알리의 강유나 편집장은 “기자들에게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한다”며 “기자들은 기사 작성 외에 후원금을 모으고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경영팀, 표지 모델 등 전체적인 디자인을 하는 디자인팀, 기자팀을 겸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 두 번 발행하는 잠망경을 제외한 모든 독립언론은 월간지이다. △연세통 3만 5000부, 16면, 서울캠퍼스만 배부 △외대알리 1500부, 36면, 서울캠퍼스만 배부 △잠망경 1000~1500부, 8면~12면 △성신퍼블리카 250~300부, 12~16면의 형태로 발간된다. 외대알리 강유나 편집장은 “36면이라는 지면에 외대 학생들의 알 권리를 최대한 담고자 한다”며 “시의성에 맞는 아이템과 알 권리에 관한 기사를 지면 중간에 배치하고, 맛집 소개, 학내 행사 일정, 연극 등 문화공연 일정 등을 중요한 기사 주변에 배치한다”고 말했다.

  한편 잠망경은 모든 기자가 필명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이에 김펄프(필명) 기자는 “2011년 12월 잠망경이 창간될 당시는 학교에서 학내 학생활동에 대한 징계가 매우 남발됐던 시기였다”며 “‘학내 간행물은 허가받고 내야 한다’는 학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잠망경이었기에 징계를 피하기 위해 필명을 쓸 수밖에 없었고 이를 지금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과 편집권 침해 있어
  학교의 예산을 받지 않아 주로 광고비나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독립언론은 불안정한 예산 확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 부족한 독립언론은 기자의 돈을 모아 운영되기도 한다.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성신퍼블리카의 서혜미 편집장은 “다행히 2013년 10월부터 11월까지는 사회적 자본과 청년들을 연결시켜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 일자리 허브’ 지원을 받아 신문을 발행했고, 2014년엔 서울시 NPO 센터의 지원을 받아 9월부터 11월 까지는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할 예정이지만 그 뒤엔 아직 확보된 예산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운영비 전액을 광고료로 충당하는 연세통의 박성환 편집장은 “자금이 100% 광고로 이뤄져 재정이 불안정하긴 해도 어렵거나 매우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전에는 학생들의 사비를 모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립언론 또한 편집권이 온전히 보호받진 못 했다. 성신퍼블리카의 한 기자는 대학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다룬 기사로 인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4월에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외대알리의 경우, 학내 한 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기사가 교수의 명예 실추 고소에 증거자료로 제출돼 외대알리 강유나 편집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이문영 한겨레 21부 사회팀장은 “학내에서 비판적 언론활동을 하면 직간접적으로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왜 독립언론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더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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