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의 창간 6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대신문은 창간 이후 진리탐구와 행동하는 지성을 추구하며 고려대학교의 앞길을 횃불처럼 밝혀 온 소중한 우리의 보물입니다.

  본인은 2002년 고대신문 탁류세평에 기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담배를 배우자”, “개성상실시대” 그리고 “인내”라는 제목의 글을 3 차례 쓴 바가 있어 고대신문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하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에, 창간을 축하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쁨이 큽니다.

  요즘 각박한 세상에 대해 세인들의 걱정이 대단합니다. 아니 이러한 걱정들을 공유하고 나눌 여유도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학생들은 취업전선과 좋은 성적 및 스펙을 쌓기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교수들도 강의, 평가, 연구, 봉사, 그리고 의과대학에서는 진료까지 수 없이 많은 압박과 일의 무게들이 어깨를 짓눌러 모두들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리고, 함께 하고, 사랑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질시하고, 이해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나 자신을 표현하기도 서투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미숙하고, 참고 기다려 주는 것은 더욱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최근 인문학이,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으면서, 어떻게 다가가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감각을 이용하여 각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향기와 분위기를 느낍니다. 어떤 일에 몰두하면서, 고민하면서, 일이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서, 또는 따뜻한 미소는 그 자체로 감미로운 향기입니다. 어떤 사람과 지나쳐 가면서 그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인공적인 향수냄새가 아닌 사람의 향기를.

  모두들 힘들고,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지금. 더더욱 저는 인간의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고대신문에서도 우리 고대학생, 고대식구들, 교우들의 인간으로서의 향기를 만나고 싶습니다. 단순한 사실의 객관적 전달이 아닌, 은은하고 계속 다시 맡고 싶은 향기가 났으면 합니다. 고민하는 동료들의 진한 채취, 땀 흘려 노력하는 선후배들의 진득한 향기, 도도하게 흘러가는 우리 고려대의 내음을. 이러한 향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문명의 이기를 통해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면서 그 사람의 향기를 맡고 다시 고대 독자들에게 고대신문의 향기로 알려 주어야 합니다.

  모든 사회와 인간관계가 말라갈 때, 고대신문은 인간적이고 삶의 고뇌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향기로운 고대식구들의 텃밭이기를 바라며 고대신문의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합니다.   
 





김열홍

고려대학교
교수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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