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창간 67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고대신문은 1947년 11월 3일 학생들의 힘으로 창간된 이후 오늘까지 고려대학교 발전사와 그 궤적을 같이 해오면서, 변함없이 학생기자들의 순수한 시각과 의식으로 제작돼왔습니다. 우리 현대사의 아주 중요한 길목마다 일반신문이 미처 갖추지 못한 비판정신을 담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창간 67주년이 된 고대신문이 최근 국내 교육정책의 급변으로 우리 고려대학교의 정체성이 훼손됨에 따라 고대신문의 정체성도 다소 흔들리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대학과 대학신문의 정체성 상실은 우리 나라 대학 전반의 현상이라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할 때도 있지만, 민족의 대학에 몸 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촌철살인도 마다 않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던 고대신문의 필력이 사라진 듯 해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고대신문은 스스로 “대학인의 비판정신과 실험정신을 지면에 담아 고려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들의 의사 소통과 학내여론의 창구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고, 특히 “지성인의 혜안을 담아 내고, 학내의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취재로 새로운 분석을 제시하면서, 대학의 변혁과 창조를 이끌어, 고대를 대표하는 정론지의 소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고대신문은 이런 사명감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답답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대학 구성원간 대화나 토론 또는 객관적인 담론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 줌으로써 학내 구성원들이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야 하는데, 현재 고대신문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대신문이 학내 구성원간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담론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잘못된 행정을 펴고 있는 대학행정당국에 대한 취재 및 보도에 있어, 객관적 취재 및 냉철한 비판정신이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끌려가다가는 고대신문이 표방하는 ‘대학의 변혁과 창조’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창간 67주년에 즈음하여 시대정신을 이끌던 1960년대 초 및 이 땅에 민주화 바람을 다시 일으키던 1980년대 초의 고대신문의 시대를 앞서 읽고 이 땅의 지성을 선도하던 열정을 되찾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3년 이후 창간 70주년이 되는 해에 다시 한 번 고대정신의 화려한 만개를 고대신문이 자축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재년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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