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횟집
                                 김 선 욱(인문대 문예창작08)

 손님이라곤 우리 테이블 하나뿐이다
 종종 떨어뜨린 뻘건 초장들로 식탁이 매울 때 쯤
 대학동기들은 스끼다시로 놓인 새우처럼
 배를 굽혀가며 웃기 시작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취직기념으로 몇 차 째 계산을 하고 있고,
 나만 이곳에서 혼자 갯벌이다
 파도는 갯벌 아래로 들어가는 법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적시듯 나를 위로한다. 이따금의 빈도로

 “나 먼저 갈게.”
 뒤를 보지 못하는 내 걸음 밑으로 비린 진흙이 뭉텅뭉텅 쏟아지고
 “왜 가?”도 없이 “잘 가!”만 하는 파도들
 더 뒤로 몰려가선 포말들을 잔뜩 일으킬 것이다
 
 횟집 밖 수조, 오징어 서너 마리가 물에 빠져있다
 일어설 듯 버둥다리치는 저 열 개의 무른 다리들
 활시위처럼 당겨질리 없는 바닥 위에서
 그들은 결국 나아가지 못하고 떨어지는 화살일 뿐
 물결의 끝에서 방향을 잃는 오징어, 오징어들.
 횟집 주인이 밖으로 나와
 끝 닳은 화살들을 모두 거둬간다
 미닫이 문의 끝소리는 칼날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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