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대신문의 현상문예공모에는 총 23명이 응모하였다. 문학에 대한 열의가 가장 충만하고, 창작의 여건도 가장 좋을 때가 대학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응모 숫치는 아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년에도 이 정도의 응모자가 투고하였음을 생각해 보면 문학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응모작들은 대체로 일상의 세계에서 떠오르는 상념들을 적고 있었다. 사회 현실의 세부를 들여다보며 시적인 통찰을 시도하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작품들도 거의 없었다.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은 더러 있었으나 그 대상이 막연하였다. 어떤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기보다 사소한 일상에서 촉발되는 생각과 느낌의 조각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이 요즘 시의 추세이긴 한데, 그래도 시의 대상을 장면화하거나 의미 있게 전달하는 형상화는 시도되어야 하는데, 그런 장인의식이 전반적으로 미흡하였다. 일부 철학적인 언술을 시로 적은 작품들도 발견되었는데, 궁극적으로 시의 언어는 묘사적인 언어를 지향해야 구체적인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구체적인 시적 대상의 포착과 그 형상화가 부족하고, 팽팽한 시적 언어의 구사가 결여되어 있어 당선작으로 삼을 만한 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그 가운데 김선욱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시적 형상화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서 가작으로 삼았다. 일상의 조각을 다루더라도, 그것이 의미 있는 세계로 승화되어야만, <시>라는 문학작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모든 투고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고형진
사범대 교수·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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