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수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차기 총장상’은 무엇일까. 고대신문은 다가오는 19대 총장선출에 앞서 본교 교수들이 차기 총장에게 바라는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지에는 △차기 총장이 갖춰야할 요소 △고려대의 비전 △학내 역점을 두어야하는 분야 △캠퍼스 별 해결이 필요한 문제 등을 묻는 문항이 포함됐다. 이메일 자동 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14일부터 19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실시했다. 전체 교수 1685명 중 12.2%인 205명이 이번 조사에 응답했다. 설문지 문항은 박재영(미디어학부) 교수, 박민규(정경대 통계학과) 교수, 정재관(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구성했다.

  이메일 설문 양식은 조사기관인 트렌드 리서치에서 구성했으며 고대신문사에서 직접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번 설문 대상은 교수 예비심사에 투표권을 가진 전임교수들로 응답자 중 연구교수와 명예교수, 강사는 통계 분석에서 제외했다. 3회에 걸쳐 실시된 통계조사로 인해 중복응답의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의 응답자 비율이 낮은 원인으로 설문지문항의 실효성을 지적한 교수도 있었다. 그는 “설문지를 작성하여 교수들이 바라는 총장상을 이끌어낸다고 해도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교수는 “이번 조사가 특정 후보의 의도에 맞게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기 총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자적 마인드’
  조사 결과 본교 교수들은 대체로 차기총장의 ‘교육자적 인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문항 중 고려대의 차기 총장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문항의 5개 항목(교육자로서의 인품, 학문적 업적, 조직 관리 능력, 재원 마련 능력, 기타) 중 세종캠퍼스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캠퍼스(인문사회계 캠퍼스, 자연계 캠퍼스, 녹지/정릉 캠퍼스) 소속 교수들은 ‘교육자로서의 인품’을 1순위로 꼽았다. 김채수(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학문적인 연구윤리를 기초로 한 대학교육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합리적 사고와 연구윤리에 기초한 교육자적 덕목이 대학의 교육과 학문을 제대로 세우는 기반이 된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캠퍼스 교수들의 응답에서는 ‘재원 마련 능력’이 나머지 항목과 비교해 가장 높은 채택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조홍연(과기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현재 세종캠퍼스가 당면한 문제가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홍연 교수는 “재작년 신임교수들 중에서 개인 연구실이 없는 교수가 있을 정도로 현재 시설이나 연구 공간에 있어서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세종캠퍼스에서는 무엇보다도 시설 확충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선도하는 고려대
  고려대의 대외 슬로건을 묻는 문항인 ‘차기 총장이 제시해야 할 비전’에 대해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고려대’와 ‘제 분야의 학문을 선도하는 고려대’를 택한 교수들이 각각 36.3%, 31.0% 순으로 가장 많았다. 김채수 교수는 창의적 인재양성 항목에 대해 “한국이 세계적인 교육, 연구 선진 국가가 되려면 기존의 대학교육을 가지고는 힘들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창의적 인재여야만 현 한국사회와 세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퍼스 별 교수 응답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채택율을 보인 ‘국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고려대’(22.1%) 항목은 녹지/정릉 캠퍼스 에서는 가장 높은 채택율을 보였다(39.0%). 김열홍(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교육 기관마다 목적과 비전이 다를 수 있다”며 “녹지 캠퍼스, 의료원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수 당 학생 비율이 낮은 부분도 작용했을 수 있지만 그보다도 국가 사회에서 선도적 리더를 길러내자는 교육 비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과 연구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학내 역점을 두어야 하는 분야에서는 교육과 연구 분야가 전체 교수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채택률을 보인 가운데, 교육과 연구에 대한 캠퍼스별 차이가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와 녹지/정릉 캠퍼스의 경우 ‘교육 분야’ 문항이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반면 자연계 캠퍼스와 세종 캠퍼스의 경우 ‘연구 분야’ 문항을 택한 교수들이 가장 많았다. 이 문항에 ‘연구 분야’를 택한 자연계 캠퍼스 소속의 한 교수는 주관식 문항을 통해 “연구 인프라의 개선을 통해 시설과 장비 등을 국제 수준에 준하는 정도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며 “외부 연구기관을 유치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답했다.

 지원방안에 대한 구체적 정책 필요
  한편, 교육과 연구정책에 관련하여 총장의 구체적인 정책수립을 바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수들은 이 중 교육 분야의 경우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로 ‘단과대별, 전공별 자율성 확대’를 꼽았다. 인문계 캠퍼스 소속 한 교수는 기타의견에 “최근 학문의 영역에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에도 본교는 아직 단과대별, 학과별 담이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선진국 대학과 같이 학과 간 겸임교수제 또는 소속변경이 좀 더 쉽도록 하여 좀 더 융통성 있는 학습과 교류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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