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음을 맞는 것을 선택한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을 택한다.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은 어떤 곳일까.

▲ 3월23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호스피스 국민본부 10,000+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호스피스 국민본부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 곳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는 환자의 통증과 증상의 완화를 포함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치료를 하는 곳이다. 그 목적은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다. 호스피스에는 연명 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주로 찾아온다. 연명 의료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적 효과 없이 임종과정 기간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의미한다.
의사가 직접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로 갈 것을 권유하거나, 환자가 통증 및 증상 완화를 위한 비 치료적 간호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기도 한다. 본교 구로병원 호스피스 회장직을 맡은 최윤선(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호스피스 돌봄을 선택한 사람들 대부분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길 원치 않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이 모르는 호스피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담론은 증가했지만, 호스피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조사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응답자 중 56%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허대석(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임종을 수용하지 못하고 연명 의료에 매달리는 것을 낮은 인식의 이유로 꼽았다. 치료실패에서 이어지는 임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호스피스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임종을 수용하는 전제로 통증 완화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호스피스에 대해 많은 오해를 갖고 있다. 호스피스는 꼭 죽음이 임박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암 말기 환자들이 통증 조절을 위해 호스피스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말기 암 환자도 많다.
또한, 호스피스 병동에선 적극적으로 통증 조절을 한다. 병의 원인 치료가 아닌 통증의 예방에 초점을 두고 진통제를 충분히 사용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의사, 간호사, 사목자, 사회사업가,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팀이 환자에게 신체적, 정서적, 영적 돌봄을 제공한다.
호스피스에선 보호자가 없어도 된다는 인식 또한 오해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오히려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가족이 호스피스에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말기 암 환자 75명당 병상은 1개
각종 오해와 낮은 인식과 더불어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총 56개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이 운영 중이다. 이는 환자 수 대비 매우 적은 수다. 서울에 소재한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외래진료 후 입원까지 평균 약 한 달이 걸린다. 본교 구로병원의 호스피스 센터 상황도 마찬가지다. 본교 구로병원 완화의료실 사회복지사는 “매일 문의전화가 오는 것은 기본이고, 많으면 하루에 10통이 넘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국립암센터는 2015년 한 해 7만 명의 암 말기 환자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임종에 다가선 암 말기 환자를 수용할 완화의료 병상 수는 939개에 불과하다. 이는 말기 암 환자 75명당 병상 1개 수준이다. 김명자 호스피스 국민본부 공동대표는 “현재 국내 완화의료시설은 영국과 일본 기준으로 4분의 1 수준, 대만 기준으로는 2분의 1 수준”이라며 “제도적 지원과 법적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해 적자시설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요건에 못 미치는 기존 시설
기존의 시설마저도 법적 기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6개의 호스피스 병원 중 12곳은 법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실·가족실·상담실 등을 호스피스 병동 외부에서 운영하고, 남녀 환자가 섞여 입원해 있었다. 전담간호사들 또한 다른 병동과 겸직해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호스피스에서는 일반적인 간병 이상을 해야 하는 곳”이라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건이 미비한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보완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질병 정책과 이재용 과장은 “해당 병원들은 6월 말까지 법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기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의료보험 법안으로 활성화 기대돼
최근 국회에서는 잇따라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됐다. 법안에 따라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의료보험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5인실 병동 기준) 하루 평균 22만1000원의 금액에서 1만 5000원으로 대폭 줄어 환자의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호스피스가 활성화되고 임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존 호스피스 완화의료 치료대상자를 암 말기 환자에서 전체 질병 말기 환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본 제정안을 통해 호스피스 시설을 확충시킨다면 2020년에는 암 환자의 50%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웰다잉 문화 운동을 전개하여 호스피스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