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는 어떤 모습일까. 본교 구로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수간호사 이명연 씨와 1년 차인 간호사 권창희 씨를 만나 그들의 특별한 직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를 한 곳은 ‘기도실’이라 적혀있는 방이었다. 이곳은 바로 임종실이다. 이명연 씨는 기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는 환자들이 더 좋은 곳으로 편안하게 가도록 도와주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저희는 유가족들과 몇 시간이고 함께 머물면서 기도하고 환자와 유가족을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의미 있는 직업
권창희 씨는 삶과 죽음에 대한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책을 읽고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가 의미 있는 직업이라 말했다. “삶과 죽음의 길에 서 있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간호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어요. 하지만 하다 보면 환자들이 힘들겠다고 걱정해주시고 고맙다고 하시기도 해요. 이 일을 통해 인격적으로 굉장히 성숙해졌고 내가 이 병동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명연 씨는 원래 일반병동에서 근무했었다. 그는 그때 허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반 병동에서 일했을 때는 환자가 아니라 주사나 기계와 같은 처치에만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환자가 돌아가셔도 임종선언서를 낭독하면 끝이라는 게 굉장히 허무했죠.” 병동 로테이션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에 오게 된 이명연 씨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의 업무 특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일반 병동과 달리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임종 전부터 환자가 삶을 정리할 수 있게 완화의료팀이 모두 도와줘요. 환자가 임종한 후에도 임종실에서 보호자와 완화의료팀이 모여 끝까지 마지막을 함께해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지만 욕창이나 상처가 조금이라도 회복된 상태로 보내드리려고 항상 노력하죠.”
때때로 찾아오는 심리적 소진
권창희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에 덤덤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 심리적 슬럼프가 온다고 말했다. “맨 처음 환자가 임종했을 때는 놀랍고,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환자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서 죽음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더라고요. 이전과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어요.” 그런 심리적 소진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간호사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겼어요. 기도하며 살아계실 때 환자들에게 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극복했죠.”
이명연 씨는 간혹 간호사가 심리적으로 소진되는 이유는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간호사 모두 환자의 임종 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해요. 환자는 스스로 삶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간호사도 환자를 잘 보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죠. 환자의 임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간호사 스스로 정리하는데 도움이 돼요. 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하루라도 특별하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느냐고 묻자 권창희 씨는 리마인드 웨딩을 했던 환자를 꼽았다. 리마인드 웨딩이란 최소 10년 이상 된 결혼생활을 기념해 예복을 차려 입고 실제로 결혼식을 한 번 더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부부가 호스피스 병동에 왔을 때 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가정에도 소홀하고 맨날 술만 먹고 들어오는 남편이었대요. 그런데 호스피스 병동에 와서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아내와 화해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해요. 저희 팀에게 리마인드 웨딩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환자와 가족들에게 하루라도 특별한 날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죠.”
이명연 씨는 사랑의 편지 나눔 이벤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랑의 편지 나눔 이벤트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적어서 읽어주는 이벤트에요. 우리는 평소에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표현을 잘 못해요. 이벤트에서 환자가 아내에게 ‘평소에 살면서 미안하고 사랑했다’고 말하니까 부인이 쌓였던 앙금이 싹 사라졌다고 말하더라고요. 평생의 앙금이 사라진 의미 있는 날이었죠.”
사명감과 수용적 태도를 기반으로
‘올바른 이해와 사명감.’ 이명인 씨가 꼽은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치료에 손을 놓은 상태에서 죽음만 기다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은 이번 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계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에요. 그 과정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물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명감이 필수적이죠.” 그는 호스피스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도 많이 진행 중이기에 비전도 밝은 곳이라 생각해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 호스피스 병동에 오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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