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안암총학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서재우)는 ‘학생자치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심사하는 특별위원회’인 학생자치특별위원회(위원장=고준우, 학자특위)를 설립했다. 현재 학자특위는 선거시행세칙 개정안과 전학대회 개편안 논의를 진행하는 등 학생자치 싱크탱크로 기능하고 있다. 그들이 평가하는 안암총학은 어떤 모습일까. 4명의 학자특위 위원들과 함께 안암총학의 반년을 짚어봤다.

- 부정선거 논란 후에도 안암총학에 대한 무관심은 여전하다
고준우 | “전대 안암총학인 ‘고대공감대’가 복지사업의 유지와 확장에만 집중하며 학생과의 공론장을 형성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담론을 만드는 학생회보다 스마트하게 행정을 처리하는 학생회가 좋은 학생회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무관심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권순민 | “무관심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생의 삶에 여유가 없어져서다. 당장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생회의 업무가 기업에서 원하는 속성이 아니다 보니, 어느새 학생회 활동은 대학생에게 있어 사치가 돼버렸다. 또한, 학생 정치의 영역이 축소된 것도 무관심이 심화된 하나의 이유다. 이른바 운동권 학생회는 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도록 만들었고 비운동권 학생회는 학생 정치의 범위를 ‘복지’ ‘축제’ 등으로만 국한하고 있다.”

- 지음이 제시하는 담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동권 | 학생자치와 생활정치라고 생각한다. 축제준비위원회를 중앙운영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로 발족시키며 준비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매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회 내부에서 어떻게 하면 자치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준우 | “담론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정확히 이야기하면, 총학생회 내부에서 통일된 담론이 없다는 느낌이다. 총학생회 내부에서 몇몇은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히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적극성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공유된 분위기는 아니다. ‘자치’라는 집은 짓고 있지만 그 속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해야 하며, 그 고민을 내부에서부터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 공약 이행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권순민 | “총학 업무의 특성상 공약의 이행 정도보다 어떻게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그게 씨앗이 돼 차후에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등록금과 교육권 문제는 현실적으로 1년이라는 총학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래도 공약 이행이 떨어지는 원인을 꼽자면 숙련된 집행인원의 부족이다. 능률적인 학생회는 인적 연속성을 조건으로 하는데 이번 총학은 학생회를 경험한 인원이 적다.”
고준우 |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총학이 홍보 수단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총학은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을 꾸준히 홍보하면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야 하지만 홈페이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비민주적 대학운영구조에 따른 것이다. 학교 내 사안들을 논의할 때 학생대표자들이 갖는 권한이 너무 작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새로운 총장 체제가 총학에 어떤 작용을 할까
김우빈 | “등록금과 대학 구조 문제에서 총장과 총학이 충돌하는 부분이 많지만, 대다수 학내 구성원들은 3무정책 등 총장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총학의 교육권 투쟁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총학은 3무정책 실현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자칫 3무정책 이외에 총학이 끌어낸 결과물도 총장의 공로로 여겨질 수 있다.”
권순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클 것이다. 새로운 총장이 들어서는 과도기에는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어 학생의 의견을 전달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올해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총장의 5년 임기 중 첫 번째 해일뿐이다.”

- 등록금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보여준 총학의 모습을 평가하자면
서동권 | “이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특히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경우 외부회계사 자문을 제시하는 등 협상 테이블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충분히 다 했다. 하지만 학내외 단체와의 연대에 조금 더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순민 | “등록금심의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의 경우 구조적 특성 때문에 그 내부에서 총학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다. 배점이 낮은 부분에서 만점을 받은 셈이다. 학생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총학은 타 대학 총학과 연대하며 여론전에 힘을 더 실었어야 했다.”

- 교육권 투쟁 ‘고대의 조건’에서 총학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전망을 평가하자면
김우빈 | “‘고대의 조건’ 총궐기의 경우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였다. 하지만 총학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참여 동기를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사실 모인 사람 중 대다수가 새내기들이었는데, 과반 학생회에서 가자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나선 사람이 많았다. 일반 학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매년 그랬듯 총궐기만 반짝하고 그칠 것 같다.”
고준우 | “의결 과정에서 모든 자치단체가 동의할 수 있는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더 치열하게 토론했어야 한다. 물론 결과를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9월 정도에 이르러서야 어렴풋하게나마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교육권 투쟁을 1년 사업으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총학은 SNS에 치우친 소통창구를 개선하고 더욱 많은 학생과 소통해야 한다.”

- 축제의 기조와 진행 과정을 두고 잡음이 많았다
서동권 | “유니브엑스포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상업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쳤다. 부스 대부분이 판매 위주로 이뤄졌지 않았나. 예전에는 대동제가 열리면 안암 주변 주민들도 오셔서 참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고대생 위주의 상업적 축제에 그친 듯하다. 또 이공계캠퍼스에서 진행된 행사가 별로 없다는 점도 아쉽다.”
고준우 | “지음이 초조하지 않았나 싶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연예인 섭외와 상업이벤트 부분에서 무리를 했다. 전반적인 기조의 상실이라고 본다. 풍성한 콘텐츠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축제 내부에서 통일된 가치가 없었다. 총학에서 더욱 뚜렷한 기조를 내세우며 행사를 기획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안암총학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전한다면
권순민 | “지음은 기본적으로 자치를 중시하면서 기본을 지킨다는 점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왔다. 다양한 사업을 하며 사회적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간 두드러지지 않았던 주거권 문제 등을 내세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거기에서 지음이 내세우고자 하는 단일 색채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욱 긍정적인 모습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고준우 | “기대할 부분이 많다. 사회적인 이슈에 단순히 함구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청년 세대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지음은 자신들을 알리는 부분에 있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학생들이 그 노력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서 좌절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학생 사회를 ‘조금씩’ 짓더라도 ‘튼튼하게’ 지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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