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노어노문학과 학생 12명이 함께하는 한·러 전래동화 번역회 ‘카란다쉬(Карандаши)’는 ‘고려인 전래동화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고려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러시아어로 번역된 동화책을 제작하고 기부하는 프로젝트로, 오는 8월에 그동안 제작한 동화책을 국내외 고려인 자치 모임과 관련 기관에 우선 기부할 예정이다. 카란다쉬에서 활동하는 정다운(문과대 노문10) 씨와 조현수(문과대 노문13) 씨를 만나 프로젝트의 활동내용과 의의를 들었다.

이들은 카란다쉬는 동아리보단 하나의 팀의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같은 뜻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기 때문이다. 정다운 씨는 규모는 작지만 체계적인 역할 분담 하에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원고팀, 홍보팀, 재정팀, 대외팀으로 구분돼요. 원고팀은 한글 전래동화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일과 감수 작업을 담당해요. 홍보팀에서는 페이스북 계정을 관리하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요. 오늘처럼 인터뷰도 하고요.”
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보니 동화책을 제작하고 출판하는 데 드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조현수 씨는 재정팀과 대외팀에서 기부금을 조성하고, 도서 배부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재정팀은 쉽게 말하면 돈을 모으는 일을 담당해요. 후원이나 기부를 받아 출판비용을 마련해야 해서 기업에 프로젝트 계획서를 보내고 후원을 요청하기도 하죠. 대외팀은 중앙아시아 지역이나 러시아 대사관, 교육원 등에 연락해서 어떤 마을에 책이 몇 권 필요한지 정한 뒤, 발행 부수를 정하고 국내·외 배송까지 담당해요.”

이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전래동화 번역을 기획하고 출판이 정해지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한국어와 일대일로 병치되는 러시아 단어가 없을 땐 번역이 까다롭고,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다운 씨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예시로 들며 설명했다. “흥부가 주걱에 뺨을 맞는 장면을 번역하려는데, 러시아에선 밥을 먹지 않으니 ‘주걱’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흥부과 놀부의 부인을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형수님’을 어떻게 표기할 지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소리 나는 대로 러시아어 표기를 한 후, 각주를 달아서 한국식 호칭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죠.”
조현수 씨는 번역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후원과 기부를 받기 위해 기업에 전화했을 때 ‘러시아어로 번역한 전래동화’라는 게 생소해서 그런지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출판부수를 축소하거나 배송을 국내로 한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죠. 최악의 경우엔 pdf 형식으로 제본을 해서 발행해야하나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셨기에 올해 8월 2800권을 기부할 수 있게 됐어요.”
정다운 씨와 조현수 씨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고려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적잖아요. 고려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고요.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려인들이 많아요. 이들은 생활자체가 불안정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저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고려인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려인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뻗어준다면 좋겠습니다.”
카란다쉬는 8월 28일 외교부가 진행하는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직접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의 고려인 학교들을 방문해 이들이 번역한 전래동화 책을 전달할 예정이다.

글| 심정윤 기자 heart@
사진제공|카란다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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